시장동향

그 많던 ‘보상금’ 다 어디 숨었지

위버루체 오피스텔 분양 2007. 4. 25. 14:15

그 많던 ‘보상금’ 다 어디 숨었지
부동산 유입 줄어…금융상품등 기웃 
 
지난해 12월 경기도 김포신도시(2차)에서 50억원의 보상금을 탄 윤모(52)씨. 최근 김포 고촌에 아파트 한 채(3억5000만원)를 매입하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

 

그는 “지금 부동산을 사면 상투를 잡을 수 있다”며 “당분간 통장에 넣어두고 관망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21억원을 보상받은 나모(61)씨. 그는 외지인이라서 현금 대신 채권(5년 만기, 연 수익률 4.65%)으로 보상금을 받았다. 나씨는 “채권을 현금화하려면 1.45% 가량 할인받아 손해가 난다. 만기때까지 갖고 가겠다”고 말했다.

 

택지개발 등 공공사업으로 풀린 땅 보상금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2∼3년만 해도 보상금이 인근 부동산시장에 몰려 집값ㆍ땅값을 들쑤셨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거래 규제에다 세금 부담이 커지자 부동산 매입 수요가 크게 줄었다. 대신 보상금이 ‘유동성 상품(단기간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말부터 올해 초까지 수도권에서만 보상금으로 11조원 가량 풀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상금 특수’는 옛말

 

2005년부터 올해 초까지 김포신도시에서 보상금으로 3조원 가량 지급됐지만 주변 부동산시장은 썰렁하다. 김포신도시 주변의 걸포동 임야는 지난해와 비슷한 평당 70∼80만원으로 매기가 없다.

 

인근 풍무지구 월드메르디앙 56평형 아파트도 4억4000∼5억원으로 거래가 뚝 끊겼다. 풍무동 프라임부동산 홍명희 실장은 “기대했던 땅 보상금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4조2000억원의 보상금이 풀리고 있는 수원 광교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보상금이 주변 동탄신도시 등의 주택, 상가에 몰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주변 부동산시장은 감감하기만 하다.

 

곡반정동 우리집공인 이용우 사장은 “광교신도시에선 외지인 1000여명이 현금이 아닌 채권으로 보상받았지만 대부분 현금화하지 않아 주변 부동산에 돈이 돌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3월까지 모두 5조원 가량이 한꺼번에 풀린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주변 부동산시장도 기대만큼 들썩이지 않는다. 인근 장봉도 등 섬들은 대토 수요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해 1월까지 땅값이 뛰었지만 지금은 거래는 뚝 끊겼다고 현지 부동산업계는 전한다.

 

운서동 신공항공인 박경미 실장은 “보상 초기 주변 부동산에 돈을 묻은 사람도 꽤 된다”며 “하지만 세무조사 등으로 투자 수요가 꺾인 요즘엔 거래는 없다”고 말했다.

 

갈곳 잃은 땅 보상금

 

이는 보상금이 서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 상가 등으로 몰렸던 지난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말까지 보상금 수령자들이 돈 보따리를 싸들고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 세븐지역으로 몰려들어 부동산값 급등을 부추겼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고가ㆍ재건축 아파트의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부동산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부동산시장을 이탈하는 보상금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뉴스타부동산 이원희 이사는 “부동산에는 더 이상 투자할 곳이 없다고 보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보상금이 부동산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 정책도 점차 시장에 먹혀드는 분위기다. 정부는 최근 보상금의 부동산 유입을 막기 위해 현물, 채권 등 다양한 보상방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보상금에 대한 세무조사도 부쩍 강화해 부동산 투자 심리도 크게 위축돼 있다.

 

대신 예금ㆍ보험 등 금융상품을 기웃거리는 보상금은 부쩍 늘었다. 지난해 말 인천 송도지구 보상금으로 30억원을 받은 서모(49)씨는 먼저 20억원을 변액보험(보험료 중 일부를 채권 등에 투자, 수익을 나눠주는 상품)에 묻었다. 박씨는 “나머지 10억원으로 상가를 살 계획이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해 관망 중”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도 갈곳 없는 뭉칫돈이 유입되는 움직임은 뚜렷하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주식형 펀드에 새로 가입한 자금만도 5조원을 넘어섰다.

 

주식ㆍ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은행권 펀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1분기 말까지 국민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투자상품 잔액은 75조1462억원에 달했다. 자산컨설팅업체인 대한재무설계 이병진 차장은 “다양한 부동산 대책이 현실화되면서 자산가들이 부동산투자 비율은 줄이고, 금융자산은 늘린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으로 ‘유-턴’ 시각도

 

하지만 주식ㆍ채권 등에서 이익을 실현한 땅 보상금은 언제든지 부동산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물론 이는 주식ㆍ채권 등 금융시장이 조정을 받고,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종창 다산서비스 대표는 “부동산은 주식에 후행한다”며 “대선을 통해 규제가 완화되면 뭉칫돈이 부동산에 다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원주민 보상자들의 경우 일단 은행에 보상금을 예치했다가 시장 관망 후 부동산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60∼70대 농민들로 주식ㆍ채권보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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