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재래시장, 설 자리 없다

위버루체 오피스텔 분양 2007. 7. 4. 11:20
재래시장, 설 자리 없다
● 앵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이른바 슈퍼, 슈퍼마켓 등에 밀려나는 재래시장과 동네 가게들.

이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는지요.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외면하는 현실을 정시내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전국에서 7번째로 큰 재래시장인 광명시장, 이곳에서 두부를 직접 만들어 파는 박정권씨는 4년 전 대구에서 가게를 옮겨 왔습니다.

대구 지방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대형마트를 피해서입니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올 1월 광명시장 옆 건물에 이마트가 들어선 겁니다.

● 박정권 : "이제는 도망갈 데가 없죠. 전국적인 현상인데 어디로 도망갑니까? 못 살게 되면 못살게 살아야죠."

이마트 개점 이후 광명시장의 하루 매출은 1억원 넘게 줄었고, 점포도 백 개 이상 문을 닫았습니다.

● 고말남 : "매출이 지금 40~50% 떨어졌거든요. 여기 전체가 다 시장이 죽어가고 있어요. 대형마트가 시장 근처에 있을 수 없는 것 아니예요?"

동네 구멍가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새벽까지 가게문을 열어 놓지만 판매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 김남경 (슈퍼마켓 주인) : "12시에 폐점하던 것을 2시간 연장 근무해서 새벽 2시에 문을 닫고 그렇게 열심히 해도 실질적인 매출은 예전보다 30%정도 감소되어 있는 상태에서..."

지난 96년 유통시장 개방과 함께 몰려온 대형마트.

10년 사이 점포 수는 10배 이상 급증했고, 매출액도 크게 늘었습니다.

그 이면에는 재래시장과 동네 가게들의 희생이 뒤따랐습니다.

2천년 90만개가 넘던 전국 재래시장과 동네 가게는 4년 만에 4만여개가 사라졌고 5만 8천여명이 직장을 잃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의 중간 크기인 슈퍼 슈퍼마켓의 확산입니다.

유통업체들이 대형마트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지을 땅 또한 구하기 힘들어지자 슈퍼 슈퍼마켓을 통해 골목 상권까지 장악하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상품과 싼 가격, 가까운 거리까지 내세우며,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 박정임 (동네 슈퍼마켓 주인) : "마진도 없고 물건은 싸게 판매해야 되고 그러고 또 손님들이 대형매장쪽으로 다 흘러들어가요. 그러다 보면 저희가 너무 힘든거에요."

불공평한 신용카드 수수료도 영세 상인들을 힘들게 합니다.

대형마트의 카드 수수료는 2~2.7%인 반면, 재래시장과 동네 가게는 4% 안팎으로 두 배 가까이 높습니다.

● 박순필 (옷가게 주인) : "대형 할인점에서는 조금 받고 우리가 더 많이 내는 격이 되자 않냐. 그 사람들 것을 우리가 채워주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일부 소매점들은 싼값에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공동 물류센터를 운영중입니다.

인천의 이 물류센터도 660여개 소매점들이 돈을 모아 만든 겁니다.

소매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10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 정병우 센터장 (경인물류센터) : "물류 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어떤 민자 부분의 비율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약간이나마 조정이 가능하다면 전국적으로 고른 혜택을 볼 수 있을거라고..."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와 소매점들이 공존하지 못하면 그로인한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경고합니다.

● 원종문 교수 (남서울대학교) : "대형마트가 전체 지역상권을 장악하게 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어지는거지요.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어지면 분명히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려 하고 그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대형마트의 장소와 영업시간을 제한해 재래시장과 동네 가게의 상권을 보호해주고 있습니다.

재래시장과 동네 구멍가게가 살아남기 위해선 먼저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겠죠.

여기에 이들이 경쟁력을 가지기도 전에 상권이 송두리째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MBC 뉴스 정시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