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위기 이후의 글로벌 유동성 흐름
올해 2월 처음 표면화된 후 잠시 진정되는 듯 하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7월 다시 불거진 후 갈수록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주택시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제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기의 침체 우려까지 낳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일시적인 금융시장 불안을 넘어 수년간 세계경제의 장기호황과 자산가격 상승을 견인해 온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 추세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디플레이션에 기반한 저금리, 전세계적 무역불균형, 신종금융상품의 급성장과 금융의 글로벌화에 의해 유지되어 온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 패러다임이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향후 서브프라임 위기가 더욱 악화되어 세계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주택시장 및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달러화가 점차 약세로 반전되는 반면 엔화는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국제금리는 일시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 추세로 복귀하는 등 금융변수들의 변동성도 확대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를 변곡점으로 하여 저물가, 고성장, 자산가격 급등의 시기는 지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제 성장세와 투자수익률이 하락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 목차 >
Ⅰ. 대위기의 전조인가
Ⅱ. 글로벌 유동성, 왜 늘어났나
Ⅲ. 글로벌 유동성 증가 추세의 향방
Ⅳ.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의 세계경제
Ⅴ. 시사점
I. 대위기의 전조인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인해 각국의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출렁거리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 2~3개월이 지나면서 이제는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불거진 이번 사태는 향후 전개방향에 따라 다양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주목할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지난 수년간 세계경제의 장기호황과 자산가격 상승을 견인해 온 글로벌 유동성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유동성 증가세에 구조적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전세계적 유동성의 현황 및 전망과 관련해 두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는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증가세가 이미 정점을 지났는가 하는 점이다. 둘째, 유동성 조정이 이루어진다면 그 양상이 급격한 위축이 될 것인가 혹은 완만한 조정이 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주가와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이 추가적으로 급락하고 금융기관 도산이 늘며 금융시장 혼란이 심화되고 세계경기가 경착륙할 것인가, 아니면 자산가격 상승 속도가 점차 하락하고 저인플레 하의 세계경기 장기호황이 서서히 마감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Ⅱ. 글로벌 유동성, 왜 늘어났나
2000년대 들어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은 풍부한 상태를 지속했다. 유동성증가율과 GDP 증가율간의 차이로 규정되는 초과유동성 기준으로 볼 때 올해 1분기까지도 비교적 빠른 증가세를 지속했다. 2000년 IT버블 충격 극복을 위해 미국 FRB가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작된 글로벌 저금리기조로 인해 2000년대 초 글로벌 초과유동성은 급격히 확대되었다. 2003년 미국이 금리인하를 멈추고 2004년부터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하면서 다소 주춤하기도 했지만 글로벌 유동성 증가속도는 올해 1분기에 다시 빨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의 초과유동성은 2001년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지만 초과유동성의 누적치를 감안할 경우 지난 10년간 초과유동성이 플러스를 지속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특히 측정되는 유동성의 범위를 넓게 잡을수록 증가세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흘러다니는 전체 돈의 양 또는 금융기관 수신고에 반영된 전반적 구매력을 나타내는 M3의 증가속도는 M2의 증가속도보다 지속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풍부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세계경제는 지난 수년간 호황을 누려왔으며 자산가격도 빠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최근 3년간 세계경제는 5% 수준의 고성장세를 달성했지만 최근 10년간 선진국 물가상승률이 2%에도 못 미칠 정도로 물가는 안정세가 유지됐다. 주택가격은 국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이후 부분적으로 조정 받고 있다. 그러나 주가는 서브프라임 위기가 본격화될 때까지 급등현상을 지속했다. IT버블 붕괴로 급락했던 세계주가는 2003년부터 빠른 상승세를 지속해 세계 전체 주식 시가총액의 명목 GDP대비 비율은 2002년 말의 69%에서 올해 7월 말 현재 108%로 높아졌다.
1. 실물 측면의 증가 원인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증가하게 된 배경은 실물측면의 원인과 금융측면의 원인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실물 측면에서는 먼저 신흥국으로부터의 저가 소비재 공급을 들 수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들이 세계경제에 편입되면서 저가의 소비재가 대량으로 공급되었다. 저가의 소비재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세계경제의 고성장과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세계물가는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가안정은 주요국의 시중금리 하향안정에 기여하고 저금리는 다시 유동성 확대를 초래한 것이다.
전세계적 무역불균형(Global Imbalances)도 유동성 증가의 원인이 되었다.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지속되면서 미국은 달러유동성을 늘리게 되었고 중국 등 무역흑자국의 경우 해외요인에 의한 유동성 증가를 경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의 주택경기가 호황을 지속함에 따라 자산이득을 노린 주택관련 대출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동성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의 경우 2004년 이후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이전 10년간 평균 5% 수준이던 주택가격 상승률이 2004년 이후 3년간 평균 12%에 달했다.
2. 금융 측면의 증가 원인
금융측면에서는 무엇보다도 투기펀드와 파생금융상품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06년 헤지펀드의 운용자산은 1조 5천억 달러로서 10년 전에 비해 11.5배 늘어났으며 사모펀드(PEF) 설정액은 3,600억 달러로서 7배 커졌다. 이들 투기펀드들은 특히 활발한 차입투자를 일으켰는데 헤지펀드의 경우 차입인수(LBO: Leveraged Buy Out) 방식을 통해 2006년 글로벌 M&A의 23%를 담당하는 등 글로벌 M&A의 주요세력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한편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주택저당채권)나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채권담보유동화증권) 등 각종 유동화증권과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디폴트 스왑)와 같은 신용파생상품 시장의 급속한 성장도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1990년대 후반에 발행되기 시작한 CDO의 경우 지난해 시장 규모가 2조 7천억 달러에 달했으며 CDS는 34조 달러 수준까지 급성장했다. 이러한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급성장은 위험분산과 동시에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면서 유동성 증가의 촉매역할을 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고위험자산에 대해 투자적격으로 평가했고 이를 새로운 투자처로 인식한 헤지펀드 등 기관들이 차입을 통해 파생금융상품 시장에 대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풍부한 유동성의 바탕에서 금리차를 노려 국제금융시장을 넘나드는 캐리자금도 유동성을 확대시키고 자산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엔화와 스위스프랑화가 낮은 금리를 바탕으로 캐리거래의 주요한 원천이 되었는데 특히 엔캐리 자금은 미국뿐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고금리 국가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자산가격 급등에 일조하기도 했다.
Ⅲ. 글로벌 유동성 증가 추세의 향방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던 자산시장이 서브프라임 위기가 불거진 이후 급격하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과연 수 년간 지속되어 온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 추세를 전환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하에서는 서브프라임 위기의 발생 및 확산 원인과 향후 전개 방향, 그리고 이번 위기가 향후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1. 서브프라임 위기, 왜 발생했나
먼저, 위기의 시발점이 된 미국 모기지 채권의 부실화는 미국 모기지 대출업체들의 대출 남발, 주택경기 둔화, 시중금리 상승이라는 3가지 요인이 서로 맞물리면서 빚어진 결과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1990년대 3.0% 수준이던 미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8.7%에 달했다. 특히 주택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2005년 상승률은 13%에 달했다. 이처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모기지 대출 수요도 급증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모기지 대출은 연평균 12% 증가했다. 모기지 대출 급증에는 자산유동화 기법의 발달도 영향을 미쳤다. 대출채권 매각을 통한 조기 현금화가 용이해지면서 대출이 남발되었기 때문이다. 대출 심사가 부실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에 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규모가 급증했다. 전체 모기지 중 서브프라임의 비중은 2000년 초까지 2% 수준에 불과했지만 2006년 말에는 13.7%로 높아졌다.
그러나 장기간 활황세를 보이던 미국의 주택경기는 2006년부터 빠르게 냉각되기 시작했다. 2005년 하반기 전년대비 15%를 넘어섰던 기존 주택 판매가격 상승률은 2006년 하반기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기존 주택 판매가격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저축대부조합 파산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주택가격 하락은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과도한 대출을 받았던 대출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모기지 대출 채권의 담보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 증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2004년 중반 이후 FRB가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모기지 이자율도 높아졌다. 2004년 4월 4.7%였던 변동금리부 모기지 대출금리가 2006년 8월에는 6.7%까지 올랐다. 이후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4월 이후 다시 빠르게 상승했다.
문제는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 먼저 불거지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대출자들의 상환 능력이 취약한데다가 변동금리부 대출의 비중도 높았던 서브프라임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2004년 말 9.8%였던 변동금리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은 2007년 1분기 말 15.8%로 높아졌다. 반면, 대출자들의 상환 능력이 우수하고 장기 고정금리부 대출의 비중이 높은 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은 같은 기간 2.2%에서 2.6%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2. 서브프라임 위기의 충격, 왜 확산됐나
이번 위기의 파장과 비교하면 문제의 시발점이 되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규모는 2007년 1분기 말 기준으로 미국 전체 모기지의 13.4%인 1조 4천억 달러 규모다. 연체 중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절반 정도가 손실로 확정되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손실 규모는 약 1천억 달러로 미국 전체 상업은행들의 1년 순이익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가 일부 헤지펀드들의 도산, 투자은행들의 대규모 손실을 유발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이유는 최근 수년간 급증한 자산유동화 및 파생금융상품 거래 때문이다. 모기지 채권과 이를 유동화시킨 CDO 등 다양한 MBS, 신용위험의 이전을 위한 CDS 등 파생금융상품을 매개체로 수 많은 금융기관과 펀드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채권과 같은 신용도가 낮은 담보자산을 뒤섞어(pooling), 다양한 신용등급의 새로운 채권을 만들어내는 자산유동화 기법(tranche)의 발달은 헤지펀드, 사모펀드와 같은 투기자본뿐만 아니라 보험, 연기금 등 과거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특징으로 했던 금융기관까지도 대거 자산유동화증권을 매수하는 배경이 되었다. 2004년 1천 6백억 달러 수준이던 CDO 발행 규모는 2006년 5천 5백억 달러로 급증했다. CDO의 보유 주체도 헤지펀드 30%, 은행 30%, 보험 15%, 기타 25%로 다양해졌다. 또한, CDO 부도시의 손실 리스크를 떠 안는 대가로 받는 CDS 프리미엄은 헤지펀드와 투자은행들의 중요한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모기지 대출업체들에게는 대출채권의 조기 현금화 수단을, 자산유동화 과정을 주관했던 투자은행들과 신용평가사들에게는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에게는 고수익 투자 대상을 제공했다. 주택가격이 오르고, 낮은 금리 수준이 유지되고, 모기지 대출자로부터 이자가 정상적으로 들어오던 시기에는 모두에게 유익한 메커니즘처럼 보였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대출채권으로부터 예정된 이자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이익 기회를 창출하던 메커니즘은 도리어 부실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빠르게 확산시키는 메커니즘으로 바뀌게 되었다. 자산유동화를 통해 자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대출해주던 모기지 대출업체들이 부실화되면서 이들에게 대출해 준 투자은행들은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되었다. 모기지 채권을 담보자산으로 하여 발행되었던 수 많은 자산유동화 증권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또한, CDO 채권 부실화가 심화되면서 CDS 프리미엄을 받는 대가로 채권 부도 리스크를 떠 안았던 헤지펀드와 투자은행들은 거액의 부도 손실을 고스란히 부담하게 되었다.
자산유동화증권과 파생금융상품의 투자 주체가 다양해졌다는 점이 충격의 범위를 확산시키고 있다면 크게 늘어난 레버리지 투자는 충격의 강도를 확대시키고 있다. 차입과 신용거래를 통해 자기자본 또는 운용자산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 리스크를 부담하는 경향이 확산된 결과다. 실제로 헤지펀드의 경우 운용자산 대비 시장 노출 리스크의 비율이 2001년 117%에서 2006년 161%로 크게 상승했다. 레버리지 투자가 확대될 경우 자산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더 큰 이익을 얻는 반면 자산가격이 하락할 때에는 더 큰 손실을 입게 된다. 그 동안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자랑했던 헤지펀드는 악화되는 시장 상황 속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편, 고도로 복잡해진 자산유동화 기법도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CDO 채권을 담보자산으로 한 CDO 채권인 CDO-squared라는 채권까지 거래될 정도로 자산유동화 채권 발행 및 가치 산정 메커니즘은 복잡해졌다. 그 결과,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산정한 자산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에 의존하고 있던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이 보유 중인 자산의 부실화 정도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 서브프라임 위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당초 예상보다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충격을 미치고 있지만 향후 서브프라임 사태가 더욱 악화되어 금융시장 혼란이 심화되고 세계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국 이외 세계경제의 호황 국면에서 위기가 발생했고, 각국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등 정책 대응을 통해 파국은 피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서브프라임 위기는 미국내 주택경기 둔화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점에서는 1986년 저축대부조합 사태와 유사하고 금융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충격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1998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파산 사태와 유사하다. 저축대부조합 파산 사태 당시는 세계 경기와 미국 경기의 둔화 국면이었고, LTCM 파산 사태 당시는 아시아 외환위기,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던 때였다. 반면,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는 과거 금융위기들과는 달리 일본, 유럽, 중국 등 미국 이외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세계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던 국면에서 발생했다. 주택경기 조정 지연 등으로 인해 설령 미국경제가 다소 타격을 받더라도 세계경제가 입는 충격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주요국의 금융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사태의 추가 악화 가능성을 낮출 전망이다. 일부 펀드의 환매가 중단되고 단기 시중금리가 급등하자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금까지 각각 2,500억 유로(320조원)와 880억 달러(8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공급했다.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환매 요청이 일시에 집중된 금융기관까지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 상황에 몰리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시의적절한 대응이었다. 또한, 금리 인상 추세에 있던 일본과 유럽은 지난 8월 정책금리를 동결함으로써 금융시장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미국 모기지 시장에 대해 최근 부시 미국 대통령은 모기지 대출에 대한 정부 보증을 확대함으로써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모기지 연체자들이 새로운 대출을 받아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향후 사태 전개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변수는 과연 미국 FRB가 금리를 인하할 것인가, 인하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가 등이다. 위기의 시발점이 된 미국 주택경기의 움직임에 FRB의 금리 정책이 커다란 영향을 미쳐 왔고, 금리가 조기에 인하될 경우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FRB의 금리인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주택경기 조정이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가 금리 인하와 같은 조치가 없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향후 주택경기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신규 주택 착공 허가 증가율은 올해 2분기에도 전년 대비 24.1% 감소한 수준에 머물렀다. 빈 집으로 남아 있는 주택 재고 역시 1990년대 저축대부조합 파산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급증한 주택 재고가 시장에서 소화되기 전까지는 주택가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FRB는 향후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때까지 금리 인하 시기를 최대한 늦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시장 안정을 중시했던 전임 그린스펀 의장과 달리 버냉키 현 FRB 의장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중시하는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FRB가 금리를 인하하여 대출자들과 금융기관들의 위기를 모면시켜 줄 경우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향후 더 큰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결국 FRB는 향후 미국 주택경기 및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위기가 심화되어 고용, 소비, 투자 등 미국 실물경제에까지 충격이 미치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야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설령 미국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 효과가 반영되어 미국 주택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국제 금융시장이 추가 부실의 공포에서 벗어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의 정책금리 변화와 모기지 연체율 사이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FRB의 금리 조정이 모기지 연체율 변화로 반영되는데 약 1년 정도의 시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에 FRB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크게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미국 주택경기 조정이 계속되는 한 모기지 채권 및 이를 기반으로 발행된 자산유동화증권의 부실화는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또한 길고 복잡한 자산유동화 과정, 후행적인 속성을 지닌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조정 등으로 인해 모기지 부실화의 영향이 금융기관들의 손실로 확정되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4. 글로벌 유동성 증가 패러다임 바뀔 듯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글로벌 유동성 증가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2000년 IT 버블 붕괴 이후 별 다른 충격 없이 지속되어 온 글로벌 유동성 증가세 아래에서 세계경제는 유례 없는 장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가격 급등과 맞물린 가계부채 급증, 인플레 압력의 상승, 과도한 위험 선호형 투자 등 많은 부작용을 노출했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자산가격 급등 현상의 이면에는 일본 엔화 및 스위스 프랑과 같은 캐리 투자 자금의 급격한 청산, 글로벌 인플레 압력 고조에 따른 글로벌 금리 인상 도미노 현상과 시중금리 급등의 충격, 중국 경기 및 증시 과열 우려에 따른 중국 당국의 과잉정책대응(overkill) 등 다양한 불안 요인들(triggers)이 잠재되어 있었다. 그 중 가장 먼저 현실화된 것이 바로 미국의 주택경기 부진으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와 그 과정에서 노출된 국제 금융시장의 리스크 관리 실패인 것이다.
일단 급격한 글로벌 유동성의 축소와 그로 인한 세계경기의 급락과 같은 파국은 피해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기존의 글로벌 유동성 증가 추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글로벌 유동성 증가 패러다임이 안고 있던 여러 취약점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환경 또는 투자자들의 태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위험회피 현상이 강화되고 전반적인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고위험-고수익 자산에서 저위험-저수익 자산으로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채권 등 안전자산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주식의 투자 매력도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다고 인식되는 신흥 주식시장부터 자본 유출이 확대되고 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도 금융시장 불안이 높아지고 환매요구가 늘어날 경우 국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신흥시장 주식부터 처분하여 현금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 과정에서도 그 동안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상승 폭이 컸던 신흥국 주가의 하락 폭이 선진국 주가의 하락 폭을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과열 양상을 보였던 M&A 시장도 진정되면서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유동성 위축 시에 인수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 또는 채권 발행에 의존하는 차입매수(LBO) 시장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대출과 회사채 인수를 기피함에 따라 40개 이상 기업의 차입매수(LBO) 관련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연기 혹은 취소되었다. 결국, 앞으로 기업이 주도하는 전략적 M&A는 일정 수준 유지되겠지만,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LBO형 M&A는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Ⅳ.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의 세계경제
1. 환율, 금리, 원자재가격에 대한 영향
환율, 금리, 원자재가격 등 금융변수들의 향후 움직임도 이전과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우선 미 달러화는 최근의 금융시장 혼란 속에서 일시적으로 강세를 나타냈지만 점차 약세로 반전될 전망이다. 서브프라임 위기가 고조되던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미 달러화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해 미국의 교역 대상국 통화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약 2.4% 절상되었다.
그러나 이번 위기가 미국 실물경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부각되고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고조되면서 미 달러화 가치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1998년 8월 LTCM 파산 당시에도 140엔을 넘어섰던 엔/달러 환율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1999년 말에는 102엔으로 하락한 바 있다. 주택경기 조정에 대한 불안감과 쌍둥이 적자라는 구조적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경제에 대한 우려로 미 달러화 약세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엔화는 엔 캐리 자금 청산 가능성 고조와 맞물려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서브프라임 위기를 거치면서 해외 투자 수익률이 급락하고 엔화 가치마저 급등하면서 일본 자금의 해외 투자 메리트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S&P 500 지수를 기준으로 미국 주가는 올해 고점 대비 9.4% 급락한 반면, 엔화 가치는 미 달러화 대비 8.3% 급등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과 그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 경제의 안정성이 부각되고 엔 캐리 자금의 일본 회귀 가능성까지 제기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엔화는 전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강세를 나타내는 가운데서도 엔 캐리 자금이 대거 유입된 국가들의 통화에 대하여 더욱 큰 폭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던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7.4% 상승했지만 호주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19.3%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엔화가 원화에 대해 11.3% 절상된 것을 감안하면 엔 캐리 청산 우려가 국내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FRB가 금리를 인하한다면 미국 주택경기 및 국제 금융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엔 캐리 청산 압력은 가중될 전망이다. 미일 양국간 금리 격차 축소는 일본의 해외 투자 메리트를 줄이고 미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의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미-일 금리 격차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엔화가 강세를 나타냈고, 엔화 강세기에는 엔 캐리 규모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금리는 일시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 추세로 복귀할 전망이다. 최근 금융시장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면서 리보(Libor) 등 단기 시중금리는 급등하고 신용스프레드는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미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 미국채수익률 등 중장기 시중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향후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유럽, 일본도 당분간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 성장률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경우 국제금리는 단기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향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부터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경우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의 장기 호황 국면에서 높아진 수요 측면의 인플레 압력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글로벌 인플레 압력 완화에 크게 기여해 온 중국으로부터의 저가품 수입 효과(China Effect)도 중국의 물가 상승, 위안화 절상 등으로 점차 약화될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의 경우 글로벌 유동성 증가세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투기적 수요가 줄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원 다소비 국가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의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실물 수요는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여 원자재 가격의 높은 수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LTCM 사태 당시에도 국제유가는 일시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했다. 설령 세계경제 둔화 우려로 인해 가격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강화되고 있는 자원 민족주의와 OPEC 등 원자재 보유국의 생산량 조정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가격 하락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2.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
글로벌 유동성 증가세가 둔화 혹은 축소됨에 따라 실물경제에도 다소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미국경제의 둔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경제의 조정기에 금융불안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단기조정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미국경기의 둔화 폭이 깊어지고 기간도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금융위기가 경기호황기에 발생하면 일시적인 충격에 그치지만 불황기에 발생하면 경기위축을 더욱 심화,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와 같이 1980년대 중반 부동산 가격 하락에 의해 촉발된 미국 저축대부조합 위기는 10년간 지속되었고 199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기도 했다. 반면, 1998년 발생한 LTCM 사태의 경우 당시 미국경제상황이 호조를 지속해 미국경제에 두드러진 영향을 주지는 않았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국 부동산시장 위축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은 부의 자산효과를 통해 소비와 투자부진을 초래하면서 미국경제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소비 부진의 징후는 이미 기업실적에 나타나고 있다. 2007년 2분기 월마트의 순이익이 예상을 밑돌고 대형 가정용품 판매업체인 홈디포(Home Depot)의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 서브프라임 부실, 나아가 유동성 둔화가 실물경제로 파급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경제가 호조를 지속하고 있어 미국경제의 둔화를 어느 정도 완충시켜 전세계적인 불황국면으로의 진입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신흥국가의 비중이 점차 커져 미국경제 둔화의 부정적 영향은 과거보다는 크지 않아 세계경제가 불황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Ⅴ. 시사점
서브프라임 위기는 그 동안 지속되던 글로벌유동성 증가세가 둔화되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저물가, 저금리, 고성장, 자산가격 급등으로 특징지워지는 시기는 지나고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기가 주택시장 둔화와 금융시장 혼란의 영향으로 급락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와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 측면에서도 그 동안의 가파른 상승 추세와는 달리 한 동안 변동성이 확대되는 불안한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안정을 되찾더라도 전반적인 투자수익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나라의 부동산 및 대출 시장 상황에 대한 재점검도 필요하다. 대출남발에 이은 주택가격 하락 및 금리 상승이 서브프라임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음을 감안할 때, 최근의 주택경기 둔화 및 대출금리 급등이 미칠 부정적 영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LTV 및 DTI 규제가 강화되었고 미국과 달리 서브프라임과 같은 비우량주택담보대출시장이 독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부동산 대출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보다 광범위한 금융기관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에서 중소기업대출, 그리고 가계신용대출로 옮겨오면서 꾸준히 가계대출이 늘고 있고, 변동금리부대출의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에 취약한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장기고정금리부 대출의 비중을 높이고 대출금리 결정 메커니즘을 보다 선진화시키는 등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및 신용평가 기능의 정상적인 작동 여부도 재점검할 때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미달러화의 약세 전환이라는 커다란 트렌드 변화가 몰고 올 파장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와중에는 2005년부터 진행된 엔화 약세가 강세로 전환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일본기업에 대한 가격경쟁력 회복이 기대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기대된다. 그러나 환율과 같은 가격요인보다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기 둔화라는 소득요인이 우리 나라의 수출에 있어 압도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당초 예상보다 우리 경제의 성장세는 약화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국제 금융시장 혼란 및 미국경기 둔화가 국내 실물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국내외 금리 격차 등 주요국들의 금리정책까지 감안한 통화정책 실시가 바람직해 보인다.
기업들로서는 최근 수년 동안과 같은 빠른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화강세와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수익성 역시 악화될 전망이다. 또한 유동성의 위축 과정에서 과열되었던 M&A가 정상화 과정을 거치면서 부분적인 기업가치 하락도 예상되므로 해외 M&A 등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환위험 및 유동성 관리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가 먼저 불거지기는 했지만 아직 표면화되지 않은 다른 위험요인들이 뒤를 이을 수도 있다. 중국의 경기 과열 및 물가 급등에 이은 중국 당국의 과도한 경기진정책(overkill), 영국 등 유럽 주택시장에서의 모기지 위기 재발,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 압력 상승과 그로 인한 금리 인상 등 아직도 잠재적 불안요인들은 산재해 있다. 변화하는 글로벌유동성 트렌드와 그로 인한 충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