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건대입구역 주변 주상복합촌 탈바꿈
서울 건대입구역 주변 주상복합촌 탈바꿈
“방 2개짜리 매물 있나요?”
“권리금 1억원 정도로 점포 하나 구할 수없을까요?”
서울 건대병원 앞 삼성공인 이형철 대표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설 전에 매물을 눈여겨봤던 매수 대기자들이 연휴가 끝나자마자 본격적인 ‘매물 잡기’에 나섰기 때문. 기자가 명함을 건네고 몇 가지 질문을 하려 한참을 기다렸지만 좀처럼 상담은 끝날 줄 몰랐다.
“요즘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많아져 투자자들이 상가로 관심을 돌린 거죠. 한마디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분위기입니다 . 대학 근처라 신학기 시즌까지 겹쳐 전·월세 거래도 잘 되는 편이에요.”
서울 건대입구역 주변은 전통적인 인기 상권으로 꼽힌다.
10여년 전인 1995년 당시 서울 어린이대공원 주변 화양리 먹자골목이 청소년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중심상권이 건대입구역 주변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게 시초다.
사통팔달의 교통여건도 한몫했다.
99년 청담대교가 완공되고, 84년 개통된 지하철 2호선에 이어 2000년 7호선까지 개통되면서 건대상권이 본격적으로 떴다.
‘극심한 불황’이라는 요즘에도 건대입구역 상권은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건대 맞은편에 ‘강북 주상복합 최대어’로 꼽히는 스타시티가 3월 입주를 앞두면서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다.
건대입구역 주변 부동산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 건대입구역 주변 분위기는? ■
서울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주변은 일명 ‘A급지’ 상권으로 불린다.
2번 출구에서 한 블록 지나 좌측으로 들어서면 끝이 보이지 않는 먹을거리 상권이 펼쳐진다.
먹자골목 초입에는 주로 고기전문점이 많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주점이나 레스토랑 등이 옹기종기 몰려 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3시쯤. 먹자골목 입구 좌우에 나란히 들어선 닭갈비전문점인 ‘춘천집’에서는 호객행위가 끊이질 않는다.
“어서 들어오세요.” “많이 드릴게요.” 실제 점포 안을 들여다보니 젊은 대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상권 수요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그만큼 건대입구역 상권은 대학생을 비롯한 20~30대 젊은층이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유동인구 중 70% 이상이 20대다.
탄탄한 수요층 덕분에 이곳 시세는 거의 움직임이 없다.
1층은 업종에 따라 권리금이 평당 1000만~30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10평 미만 점포임에도 권리금이 1억원대를 호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목 좋은 곳은 보증금도 2억원대에 달하고 월세도 300만~500만원은 내야한다.
삼익부동산 김명희 대표는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아 특별한 비수기 없이 장사가 잘 되는 편”이라며 “때문에 2~3년째 권리금이 떨어질 줄 모른다”고 말한다.
■ 스타시티 입주 앞두고 웃돈 빠지는 분위기도 ■
건대입구역 5번 출구를 나오면 공사현장부터 눈에 띈다.
금호건설에서 짓고 있는 이 건물은 2008년 완공 예정인 롯데백화점이다.
바로 옆에는 실버타운 ‘스타시티 더 클래식’ 공사도 한창이다.
롯데백화점은 지상 9층 규모, 실버타운은 2개동 450여가구다.
구의역 방면으로 200m가량 가면 3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더샵스타시티가 위용을 자랑한다.
입주 전이지만 벌써부터 유동인구가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공사 중이지만 이미 스타시티몰 지하 1층에는 이마트 자양점이, 2~3층에는 롯데시네마가 입점해 있기 때문. 스타시티몰 1층에도 신한은행 스타시티점이 한창 개점 준비 중이다.
2월 말 오픈에 앞서 이미 2월 12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이 지점은 83평에 5년간 임대료만 무려 220억원을 내고 입점해 있다.
서춘수 신한은행 스타시티지점장은 “1000여개가 넘는 전국 신한은행 지점 중 스타시티점이 최고 임대료 기록을 세웠다”며 “강남 핵심권역도 아닌 곳에 비싼 임대료를 낸 것은 그만큼 부유층 고객 확보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실제 강북 최대 주상복합단지인 더샵스타시티는 2003년 분양 당시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아파트 1177가구에 청약신청자만 9만4000여명이 몰려 무려 7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평당 1200만~1300만원 선이었지만 4년여가 지난 지금 평당 3000만원을 넘는 물건도 많다.
65평은 웃돈이 8억원가량 붙어 현재 매매가가 19억원 수준. 그나마 중형평수로 꼽히는 39평형도 9억원(웃돈 4억원) 선에 거래된다.
서춘수 지점장은 “서울 강남 삼성동 아이파크나 분당 파크뷰 등 고급 단지에 살던 주민들이 분양권을 사들인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다만 입주를 앞두고 부쩍 늘어난 세금 탓에 웃돈이 빠지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65평형 급매물이 12억원에 나와 있기도 하다.
물론 거래는 거의 없다.
인근에 자리 잡은 이튼타워리버나 트라팰리스 등 주상복합단지 역시 스타시티 개발 덕을 상당히 봤다는 평가다.
분양 당시보다 대체로 1.5배 정도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요즘 들어 거래가 뜸해지면서 매매보다는 전세 물건이 많은 편이다.
트라팰리스 전세 58평은 4억5000만원 선에 거래된다.
■ 어떤 매력 있나 ■
건대입구역 주변 부동산이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편리한 교통부터 꼽았다.
지하철 2, 7호선이 맞물리는 환승역세권인데다 청담대교나 영동대교를 통한 강남 진입이 쉽다.
청담대교를 통해서는 분당~수서 간 고속화도로까지 연결돼 사통팔달 교통망을 갖췄다는 평가다.
한광호 시간과공간 사장은 “수도권의 구리, 남양주, 의정부를 비롯해 서울 웬만한 지역으로 이동하기 편리하다보니 건대 학생을 비롯해 직장인들도 많이 몰리고 있다”며 “내년에 롯데백화점까지 완공되면 상권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아직 유동인구 면에서 목동, 신촌 등 전통적인 인기 상권에는 밀리지만 잠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다른 대학상권과 달리 ‘환승역세권’이라는 장점 덕분에 방학에도 매출이 떨어질 우려가 적다.
한태욱 대신경제연구소 실장은 “건대입구역 상권은 20대 여성이 핵심 수요층이면서 유동인구 유입속도는 신촌상권보다 오히려 앞선 상황”이라며 “게다가 10~20대 필요에 맞는 아이템으로 구분 조성돼 있는 복합 상권이라 시너지 효과가 다른 상권보다 큰 게 장점”이라고 말한다.
입지여건도 좋다.
우선 한강조망이 가능하다.
한강변까지도 도보로 1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주민들은 ‘일감호’라는 호수를 보유한 건대 캠퍼스를 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추진하는 ‘U턴프로젝트’ 수혜지인 뚝섬이 가깝다.
뚝섬공원으로 이어지는 남쪽라인에는 주상복합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도 호재다.
김용길 맵리얼티 상무는 “건대입구역 주변은 환경여건이 좋을 뿐 아니라 강남과 강북이 만나는 지점이어서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취약점도 많다.
건대입구역에서 뚝섬역으로 이어지는 주거지구에는 노후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다.
일반 택지개발지구처럼 대단위 사업 진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대편 구의, 자양 방면도 마찬가지. 강변역까지 비슷한 주거지구가 이어진다.
한참 확장돼야 할 상권의 경계지역이 대부분 주택가와 맞닿아 있는 것도 단점이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전형적인 주거공간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태욱 실장은 “뚝섬유원지나 성수역 주변 재개발 사업이 예정보다 지연될 수 있어 상권 확대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서울 4차뉴타운 지정이 연기되면서 유력 후보지로 꼽혔던 성수동 개발이 주춤해진 것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건대입구역 주변은 교통체증이 심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미 들어선 이마트에다 스타시티 입주가 완료되고 롯데백화점까지 들어선다면 출퇴근 시간대 교통이 악화될 것은 분명하다.
마땅한 우회도로도 없다는 게 아쉽다.
구의~성수동까지 지나는 지하철 2호선 고가철도 역시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학군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인근에 건대만 자리 잡았을 뿐 이렇다 할 명문 중·고교가 없다.
강남과 비교해 그리 싸지 않은 점포 권리금, 임대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유동인구 역시 대부분 젊은층이라 마진이 높은 고가상품보다 일반 저가상품 매출이 높은 편이다.
■ 5년 후 가치 ■
건대입구역 부동산의 ‘5년 후 미래’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용길 맵리얼티 상무는 “스타시티 입주라는 장점뿐 아니라 공사 중인 건대병원과 함께 실버타운까지 들어서면 적어도 5년 동안은 계속 상권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한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 역시 “서울 왕십리뉴타운 개발이 가시화되고 서울숲 개발과 함께 성수동 주변 공장지대가 주거지역으로 변모하면서 장기적으로 유동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약한 학군 탓에 학교에 진학할 자녀를 둔 학부모보다는 50대 중장년층에게 적합한 주거지역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교육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굳이 높은 매매가를 감수하고 거주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강남 진입이 어려운 40~50대 중산층에게는 적당한 주거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부촌으로 자리 잡기에는 미흡한 점도 많은 상황. 박병호 유은감정평가사무소 소장은 “건대입구역 주변에는 스타시티 외에 부촌을 상징할 만한 단지들이 없어 당분간 대형, 주상복합아파트보다는 30평대 초반의 서민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한다.
장기적으로 이 일대가 ‘실버타운’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한태욱 실장은 “건대입구역 주변은 건대병원, 이마트 등 생활편의시설들이 많아 인기 있는 ‘실버단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한다.
【 ‘스타시티’ 개발로 재미 보는 건국대 】
‘대학이 부동산 사업에 나선다?’ 어찌 보면 학문의 요람인 대학에서 부동산으로 수익을 올리는 게 이상해 보이지만 이제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건국대는 요즘 부동산 사업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더샵스타시티 개발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시공사가 아닌 건국대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건국대는 부동산 사업을 위해 2002년 12월 별도의 자산관리사인 건국AMC까지 세웠다.
건국AMC는 원래 야구장, 골프장 부지였던 학교 앞 땅 3만여평을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대형 유통시설로 개발하기로 하면서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당시 분양 및 시공권을 따낸 포스코건설은 분양수익 3000여억원과 임대보증금 수익 2000억원 등 총 5000여억원을 제시했다.
단숨에 5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확보한 셈이다.
건국대는 이 자금을 대부분 대학 개발사업에 쓰고 있다.
새로 개원한 건대병원을 비롯해 각종 시설투자에 활용할 예정이다.
스타시티 개발이 완료된 후에도 연 300억원 정도의 임대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건국대는 이밖에도 경기 파주시에 골프장 개발을 위한 인허가 요청을 낸 상태. 스타시티 외에도 광진문화예술회관 바로 옆에 건설 중인 실버타운 역시 수익사업의 일환이다.
정동재 건국AMC 팀장은 “현재 스타시티와 능동로 오피스텔 개발사업에 주력하는 중”이라며 “스타시티 개발을 통한 수익금을 주로 실버타운 공사비로 조달하는 한편 학교 건물 개발사업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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