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라인, ‘골드라인’되다
올드라인, ‘골드라인’되다
“쇼핑객은 1호선, 1호선으로 환승하시기 바랍니다”
구도심 개발 붐 타고 ‘쇼핑노선’ 2호선에서 1호선으로
롯데는 수원, 신세계는 의정부에 대형 쇼핑몰 건설… 新상권 봇물
신도림·영등포에도 속속 들어서 유통업계 ‘지각 변동’ 일어날 듯
의정부역에서 수원역까지 구(舊)시가지가 몰려있는 지하철 1호선 라인을 따라서 대규모 쇼핑센터건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도심과 부도심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메가 상권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롯데백화점 본점·잠실점, 현대백화점 신촌·무역센터점, 동대문 두산타워·밀리오레 등 ‘쟁쟁한’ 쇼핑센터가 대부분 지하철 2호선 라인에 몰려있는 점을 감안하면, 1호선 상권이 2호선 상권과 경쟁을 시작한 셈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를 가리켜 ‘지하철 2호선에 대한 1호선의 도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래된 1호선, 메가 상권으로 변신
이달 초 문을 연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연면적 30만5935㎡로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박흥수 대표는 “새로운 모습으로 속속 개발되고 있는 구로 디지털단지, 신도림 지역 상권의 지각변동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을 짓기 전, 시장 조사를 해보니 신도림역 반경 10㎞ 내 상권 인구가 600만명에 이르고 재개발로 중산층이 속속 입주하는 데도 변변한 문화공간이나 쇼핑센터가 없었다”며 “부동산개발업체로서는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의 쇼핑센터 붐은 지난해 용산역 아이파크몰이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이후 용산역 주변의 주상복합아파트가 속속 입주하고 용산 서부이촌동 개발계획이 확정되면서 아이파크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회사 내부 판단이다.
기존 유통업 강자들에게도 지하철 1호선 라인은 ‘기회의 땅’이다. 지난달 29일 롯데그룹은 수원역 바로 옆 KCC부지에 복합쇼핑몰을 개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백화점·대형마트 외에도 젊은층을 노린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수원역 서부 지역 개발과 동시에 쇼핑 지도도 다시 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오는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의정부 역사(驛舍) 내 수도권 동북부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짓고 있다. 의정부는 현재까지 백화점이 입점하지 않아 무주공산(無主空山)인 데다, 상권이 급격히 성장 중이라는 분석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의정부시 내 금오·민락·장암 등 택지개발지구를 포함해서 2010년까지 상권 규모가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영등포역에서는 경방이 호텔·백화점·대형마트 등을 동시에 입점시키는 복합쇼핑센터 타임스퀘어를 짓고 있다.
◆변신 뒤엔 부동산 있다
전문가들은 1호선 라인에서 벌어지는 쇼핑센터 붐은 구시가지 부동산 개발과 관련이 깊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하철 2호선 라인의 상권이 더 이상 개발할 여지가 적은 성숙단계에 이르렀다면 지하철 1호선 주변은 재개발 등이 진행 중이어서 유통·부동산업계가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건설 중인 쇼핑센터가 문을 여는 2010년쯤이면 서울의 상권도 보다 다극(多極)화 되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상후 테크노마트 부장은 “앞으론 2호선 중심의 상권 구도에서 1호선과 경쟁하는 구도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