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부동산시장은 조용한데 재테크 열기는 후끈?

위버루체 오피스텔 분양 2008. 3. 5. 11:26

부동산시장은 조용한데 재테크 열기는 후끈?

증시 불안과 규제 완화 기대로 투자 관심 부쩍 늘어


 
 
#1. “아무래도 다시 부동산으로 가야 할까 봐. 증권시장을 기웃거려봐도 부동산에서 올렸던 수익만큼은 어림도 없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부동산 정책도 바뀔 테니 미리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하는 주부 A씨)

“하긴 지금이 부동산 매수 시점이라고 볼 수 있지. 전문가들도 앞으로 부동산이 더 오를 것이라고 하던데…”(서울 대치동에 사는 주부 B씨)
“이 참에 펀드 해약해서 뭘 하나 잡아 놔야 할까 봐? 양도세 낮춰주고 용적률 높여주면 아무래도 부동산이 한 번 들썩하긴 할 것 같은데 말이야.”(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거주하는 주부 C씨)

#2.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는 이모(29)씨는 방학 중인 데도 거의 매일 아침 일간지 부동산면을 정독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주 한 번은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 있는 학생 모임에 나가 재테크 정보도 주고 받는다. 이씨의 대학원 생활이 이렇게 바뀐 지는 두 달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증시 호황을 맞아 주식 투자를 했는데, 지금은 주식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부동산 쪽으로 관심을 돌린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에 따른 부동산시장 활성화 기대감도 작용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을 전후해 부동산 재테크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몇몇 강남권 아줌마들의 입에서 시작된 증시에서 부동산으로의 선회 바람이 어느 새 입소문을 타고 조심스레 시장에 퍼지고 있다. 최근 들어선 20~30대 초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재테크 투자 바람이 잔잔하게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테크 열풍은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불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요즘은 사정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지만 부동산시장은 큰 움직임이 없다.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0.43%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상승폭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수요자들의 아파트 재테크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호황→재테크 열풍’이라는 예전의 패턴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나비에셋 관계자는 "부동산 재테크 열기가 실제 부동산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투자 입질을 하기 위한 워밍업 단계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큰손’들, 탐색전 끝내나

이명박 정부 출범과 4월 총선을 앞두고 ‘큰 손’들이 '관망 모드'에서 ‘탐색 모드’로 돌아서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전까지는 뭉칫돈이 ‘관망세’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주식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새 정부 정책도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따르면 이달 중순 이후 부동산 투자를 희망하는 고객들의 상담 건수가 부쩍 늘었다. 작년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상담 건수가 크게 줄었다가 증시 불안과 이명박 출범 등을 계기로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강남 PB센터의 경우 부자 고객들의 부동산 상담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40% 증가했다.

신한은행 서춘수 스타시티지점장은 “최근 부동산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부자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월 총선 끝난 뒤 고가주택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취득·등록세도 인하되는 등 규제 완화가 현실화된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는 고객이 많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도 “지난해 좋았던 펀드 수익률이 올 들어 급락하고, 금리도 내려갈 조짐을 보이자 상대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장문성 강남PB센터 팀장은 “지난 달까지도 부동산에 대한 문의조차 없었지만 이달 중순 이후 상가와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투자를 저울질하는 고객이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토지에 대한 규제가 많지만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운하나 새만금 주변 지역 토지 쪽으로 관심을 갖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컨설팅업계도 때아닌 호황?

부동산 컨설팅업계도 바빠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부동산컨설팅 투자 상담 건수가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상담 고객들은 주로 일반 주부들이다. 한 부동산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고객들 대부분은 2~3억원의 여윳돈으로 주식 대신 부동산 쪽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젊은 맞벌이 부부와 직장인·대학생을 중심으로 ‘부자 되는 방법’을 서로 공유하는 커뮤니티와 카페 활동도 활발하다.

온라인 재테크모임인 ‘20대! 부자 만들기’에는 회원 가입이 꾸준히 늘어 회원이 현재 10만여명에 이른다. 25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천안아산 재테크 동호회의 경우 최근 전체 회원 중 30대 이하 연령층이 60% 넘어섰다.

지난해 주식 투자로 '재미'를 맛본 20~30대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증시에서 부동산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온라인 재테크 모임도 활기를 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재테크 카페 운영자는 "부자 되기는 평범한 젊은이들의 가장 큰 꿈 아니겠느냐"며 "지난해 주식 열풍 때 번 돈을 갖고 소액 투자가 가능한 소형 오피스텔을 사 임대수익을 올려볼 생각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이 건전한 투자 방법을 익히고 투자처를 찾는 걸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묻지마'식 투자 비법만 좇아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최상훈 부동산 컨설턴트는 "부동산 재테크 열기는 향후 시장 반등의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담보대출 제한과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 시장을 옥죄고 있는 규제들이 여전히 많아 활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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