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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에 신종 ‘지분 쪼개기’ 판친다

위버루체 오피스텔 분양 2008. 4. 16. 15:26

[REALESTATE] 강북에 신종 ‘지분 쪼개기’ 판친다 [중앙일보]

재개발 예정지에 다세대 신축 제한하자
사무실·상가·음식점 용도변경 후 쪼개기
대지지분 미달 등으로 입주권 못 받을 수도

서울 강북 지역에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상가 등의 신축이 늘고 있다. 최근 용산에 들어선 사무용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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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서계동 223-XX번지의 건물. 지상 3층, 연면적 168㎡(6실) 규모로 겉보기엔 신축 원룸이다. 안을 들여다보니 바닥 난방은 물론 싱크대까지 갖추고 주거용으로 꾸며 놓았다. 그러나 이 건물은 지난해 6월 사무실용으로 허가를 받았다. 인근 D공인 이모 사장은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을 겨냥해 지은 건물”이라며 “서계동에서만 이런 건물이 현재 20여 개 동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재개발 활성화 기대를 타고 서울 강북지역에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재개발 예상지 에서 입주권을 늘리는 ‘지분(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권리) 쪼개기’가 갈수록 교묘해진다. 규제가 허술한 상가·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쪼개기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분은 아파트 입주권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무실·상가를 개조하고 바꾸고=그동안 재개발 예상지역에서 지분 쪼개기는 주로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짓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하면 입주권이 하나에서 다세대주택의 세대 수로 늘어난다.

자치단체들이 다세대 신축을 제한하자 지분 쪼개기가 이번에는 사무실·상가·음식점 등으로 바뀌고 있다. 신축에서 용도 변경, 증축까지 다양한 방식이 동원된다. 상가 등의 비주거용 건물이라도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입주권이 주어지는 점을 노리고 소유권을 여러 사람에게 나눠 팔기 위해서다.

용산구 서계동의 한 단독주택(대지면적 113㎡)이 헐리고 최근 3층짜리 소매점용 상가건물이 들어섰다. 건축업자는 건물 완공 후 점포마다 바닥 난방 등의 주거시설을 설치한 뒤 분양하고 있다. 평균 바닥면적이 40㎡인 이 상가의 점포당 분양가는 4억원 선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분양받은 사람은 나중에 재개발되면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고 그 전에는 세를 놓아 임대수익을 낼 수 있다는 업자 측 말에 솔깃한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을 허물고 음식점을 지어 지분을 쪼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주거지역에서 다가구주택을 상가 등으로 바꾸면 지분을 4∼5개까지 만들 수 있어 용도 변경을 통해 쪼개기를 하기도 한다. 여기다 지분을 이전보다 1∼2개 더 늘릴 수 있는 증축도 쪼개기 수법으로 많이 이용된다.

◇입주권 나올지 불확실=전문가들은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을 기대하고 사무실·소매점 등에 투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분양업자들은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모두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건축허가를 받은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원상복구해야 한다.

그런데 상가 등은 입주권을 받기 어렵다. 아파트 분양 자격은 대지지분 면적이 90㎡(2003년 이전 분할된 땅은 30㎡) 이상이어야 하는데, 지분 쪼개기를 위한 건물의 대지지분은 대개 이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아 권리가액도 많지 않다. 권리가액이 새 아파트의 최소 평형(대개 79㎡)의 분양가 이상이어야 입주권이 나온다.

아파트 분양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상가를 배정받게 되지만 이마저 어려울 수 있다. 사업자등록 유무, 권리가액 등에 따라 상가가 배정되는데 권리가액이 적어 순위에서 밀리는 상가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석자리 점포를 배정받거나 현금청산될 수 있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적발되지 않아 주거용이라며 입주권을 요구하더라도 조합에서 조합원 증가에 따른 사업성 악화를 우려해 분양 자격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영태 기자



상가 지분쪼개기도 규제 가능성

재개발 역사는 지분 쪼개기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합원 수를 늘리는 지분 쪼개기가 재개발사업에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조합원 수만큼 일반분양분이 줄어 그만큼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지분 쪼개기가 성행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당시 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바꿀 수 있도록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지분 쪼개기가 봇물을 이뤘다.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다가구를 다세대로 전환해 개별등기(세대분할)하면 소유자 전원에게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지분 쪼개기의 후유증은 컸다. 조합원 수가 갑자기 30∼40% 급증하는 바람에 재개발사업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2003년 7월 재개발이 추진 중이거나 예상되는 지역(344곳)에 대해 다가구주택의 다세대주택 전환을 금지했다.

2003년 12월 한걸음 더 나아가 지분 쪼개기를 원천봉쇄했다. ▶이미 준공된 단독·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전환하거나 ▶한 채의 주택이나 한 필지의 땅을 여러 사람이 공동소유하거나 ▶주택과 토지를 분리해 취득한 경우 등에 대해서도 아파트 분양권을 한 개씩만 주도록 했다. 규제 대상 지역도 서울지역 전체로 넓혔다. 그 이전에 쪼개진 지분에 대해서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입주권을 주도록 했다.

그 뒤 쪼개기는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했다. 그러다 2005년 말부터 성동구·용산구 등을 중심으로 아예 단독·다가구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신축하는 신종 지분 쪼개기가 나타났다. 기존 건물의 용도 변경만 규제하는 허점을 파고 든 것이다. 서울시는 7월 이후 준공되는 다세대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60㎡ 미만에 대해서는 입주권을 주지 않기로 최근 관련 조례 개정에 나섰다.

상가 등을 통한 지분 쪼개기도 앞으로 규제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용산구는 1월부터 점포당 전용면적 40㎡ 미만의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할 경우 반드시 건축심의를 거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지분 쪼개기를 위한 소규모 건축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김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