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시장 침체라뇨”
“토지 시장 침체라뇨”
강남권 중심지 상업지, 부르는 게 값
부동산개발업체 이모 사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매물로 나온 노선상업지역(대로변의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섞인 땅) 땅 3000평을 사려고 값을 흥정하다 입을 딱 벌렸다. 나대지와 상업시설 일부가 포함된 이 땅의 주인은 평당 8000만원을 내놔야 게약서에 사인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바로 옆 같은 용도의 땅이 평당 5500만원에 팔린 사실을 알고 있는 이 사장은 “매도자가 원하는 대로 값을 쳐줬다가는 빌딩을 지어서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포기했다.
역시 강남은 “땅 시장도 강세”
토지 시장이 침체라지만 이처럼 인기ㆍ관심지역 땅값은 연일 치솟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의 강남대로ㆍ테헤란로ㆍ도산대로 등 중심지 상업용지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호가가 치솟고 있다.
강남권의 경우 업무용 빌딩을 짓거나 상업시설을 지으면 아직까지 임차수요는 많기 때문에 부동산개발업자들이 물건을 찾고 있고 외국 투자회사 및 주유소 사업자들까지 가세해 매입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변의 500평짜리 상업용지는 지난해 초 외국투자회사인 R사가 평당 5800만원에 매입한 땅이다. R사는 이 땅에 빌딩신축 허가를 낸 뒤 올해 국내 업체에 평당 1억원에 넘겼다고 한다.
입차수요 많아 건물 지으면 수익 나기 때문
서울 서초동 교보강남빌딩에서 강남역 쪽으로 이어진 강남대로변 상업용지는 현재 주인이 부르는 값이 평당 1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이 상업용지가 평당 6000만~7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이뤄지곤 했다. 5층 이하의 낡은 상업시설을 허물고 용적률 800% 이하를 적용해 업무용 빌딩을 지으려는 개발업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평당 1억원에 땅을 사서 용적률 800%를 적용했을 경우 1층 상가는 최소 평당 6000만원 이상에 분양해야 하고 사무실은 평당 1500만~1700만원은 돼야 수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높은 땅값이 상가와 오피스의 분양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 택지지구도 가격 강세
빌딩 투자회사인 W사의 임원은 “서울 도심도 그렇고 강남권 등 인기지역일수록 땅이 너무 없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토지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 인기 택지지구 상업용지도 인기를 끌며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지난 달 말 동탄신도시에서 나온 한 주차장시설 부지는 내정가가 평당 750만원이었으나 수십개업체가 몰려 응찰한 결과 평당 1700만원에 낙찰됐다.
입찰에 참여한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우리도 평당 1200만원을 써내 너무 비싸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았는 데, 최종 낙찰가는 상상을 뛰어넘는게 아니냐”며 “결국 상가(연면적의 30%)를 비싸게 팔아 보전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부작용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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