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렉슬 중개업소 과당경쟁 종말은
도곡렉슬 중개업소 과당경쟁 종말은
'입주장사' 끝물에 절반 짐 쌀 준비
‘입주장사’를 기대하고 올 초 40여 개의 부동산 중개업소가 몰렸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단지 내 상가. 입주 개시(올 2월 초)한 지 채 1년이 안 됐지만 상가 내 중개업소 중 절반 가량은 짐을 싸서 나갔거나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입주 장사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일감이 확 줄어든데다 고가의 임대료가 부담스러워서다. 총 42개에 달했던 중개업소 중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33개 업소. 벌써 9개 업소는 문을 닫았고 10여 개 업소는 점포를 내 논 상태다.
상가 내 B중개업소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라 수수료가 짭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중개업소가 많이 몰렸지만 대부분의 업소가 밑지는 장사를 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도곡렉슬 아파트 33평형의 현 시세는 14억원을 웃돌고 40평형대 이상은 20억원이 넘는다. ‘한 건’만 거래하면 중개업소는 1000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과당경쟁에 비싼 임대료…대부분 적자
그런데 왜 대부분의 중개업소가 적자를 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까. 바로 과당경쟁 때문이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가 분석한 적정 중개업소 수는 200~300가구당 한 곳. 그러나 도곡렉슬의 경우 단지 내 상가에 있는 중개업소만 따져도 70가구당 한 곳 꼴이다. 또 인근에서 도곡렉슬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중개업소까지 합하면 30~40가구 당 한 곳 꼴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높은 양도세 부담 때문에 집주인들이 집을 팔기 부담스러워 해 매매거래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세나 월세 중개로 간신히 중개업소를 유지해 온 경우가 많은데 입주 1년이 돼 가면서 이마저도 동이 났다는 것이다.
임대료도 비싸다. 도곡렉슬 1층 전면부 상가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0만~700만원 수준. 안쪽 상가는 보증금 5000만~1억원, 월세 350만원이다. 상가 내 C중개업소 관계자는 “그 흔한 중국음식점조차 단지 내 상가에 들어오지 못한 걸 보면 임대료가 얼마나 비싼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점포주와 1년 계약을 하고 중개업소 점포를 빌려쓴 경우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에 속한다. 2년 계약을 맺은 중개업소들이 많은데 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점포를 운영할 수밖에 없어서다. 단지 밖에 있는 D부동산 관계자는 “은근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에서 입주장사를 끝내고 나간 중개업소 점포가 빈 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를 보고 적지 않은 점포주들이 2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수석연구원은 “새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입점한 중개업소의 경우 높은 임대료와 중개업소간 치열한 경쟁 때문에 고전을 하는 사례가 많다”며 “섣불리 들어가선 곤란하고 예상 수익을 꼼꼼히 따져 입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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