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시장,“봄인데 왜 이리 추워”
토지시장,“봄인데 왜 이리 추워”
거래 두절…호재지역도 ‘찬바람’
“세금 무서워 땅을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없네요.”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에서 부동산중개사무실을 운영하는 오모(56)씨는 요즘 휴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2005년 8ㆍ3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땅 시장에 각종 규제가 집중되면서 거래 끊기자 수입이 크게 줄어 사무실 운영이 여의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그가 1년 6개월 동안 거래를 성사시킨 땅 매매계약은 단 두 건으로 총 수입이 900만원에도 못 미친다. 오씨는 “IMF때도 이처럼 힘들지 않았다”며 “쉬면서 상황을 지켜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토지시장은 ‘출입금지’
보유ㆍ양도세 중과 등 규제 강화로 거래가 끊긴 토지시장에 찬바람만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수도권 토지시장은 봄철이 다가왔지만 아직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수도권 땅 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땅 거래ㆍ보유ㆍ양도 등 전 단계에 걸쳐 세제가 강화된 때문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용인 명선공인 오현근 사장은 “급매물이 간혹 나오지만 공시지가 증가로 늘어난 보유세 부담 때문에 이를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요즘 토지시장은 땅을 쉽게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출입금지’ 장세”라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고 나면 땅주인들의 마음이 바뀔 것이라는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땅 투매현상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광주 영진공인 이종길 사장은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보유세 중과를 피한 매물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오히려 대체 신도시 발표와 같은 호재 등으로 땅값 오름세만 계속된다면 보유세를 부담할 용의가 있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토지컨설팅 업체인 다산서비스 이종창 대표는 “각종 규제 때문에 땅주인들이 땅을 팔고 싶어도 내놓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수도권 땅 시장은 당분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호재 있는 지방도 거래 ‘뚝’
토지시장에 부는 찬바람은 대형 개발재료가 있는 지방에도 이어지고 있다. 종합리조트인 알펜시아 개발로 한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강원도 평창도 요즘 땅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땅주인들이 대부분 외지인으로 부재지주에게 중과되는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평창 신용평공인 조을수 사장은 “땅을 내놓으려 했던 지주들도 막상 양도세를 계산해보고는 매물을 도로 회수해 가는 경우가 많다”며 “개발 호재를 기대한 투자자는 줄을 잇지만 매물부족으로 실제 계약사례는 드문 편”이라고 말했다.
재작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충남 태안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기업도시 등 재료를 기대한 매수세는 간혹 이어지지만 매물이 드물어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태안 지오랜드 문제능 사장은 “세금 중과와 거래규제, 전매제한 등으로 땅 거래가 전면 중단된 상태”라며 “비용부담을 견디지 못해 폐업하는 중개업소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7월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는 행정복합도시 인근지역도 규제 강화로 매수세가 꺾이면서 땅 시장이 한산하다.
천안 박상규 공인중개사는 “대토 수요를 노리고 땅을 매입했던 외지인들이 최근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를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며 “외곽지역은 호가가 10~20% 정도 빠졌다”고 말했다.
토지시장 침체 당분간 계속될 듯
이처럼 토지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땅을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업체들이 사업을 접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각종 규제로 땅 투자 이점이 크게 사라지면서 투자 수요가 급감하자 분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드림컨츄리 한기봉 사장은 “요즘 신문에 땅 분양광고를 내도 예전에 비해 문의전화가 10분1 수준이라고 하소연하는 업자들이 많다”며 “정부 감시 강화로 전화를 통한 땅 판매도 어렵게 되자 문을 닫는 기획부동산업체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자 ‘토지시장은 이미 끝났다’고 보는 시각도 늘고 있다. 부동산컨설팅 업체인 뉴스타 이원희 이사는 “실거래가 신고, 부재지주 양도세 중과등의 규제효과 토지시장에 먹혀드는 분위기”라며 “실수요자가 아니면 땅을 사기도, 팔기도 어렵게 돼 토지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려면 양도세 등의 일시적 완화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급부족으로 땅값이 이상폭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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