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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상가임대차 보호법

위버루체 오피스텔 분양 2007. 6. 13. 14:10

불완전한 상가임대차 보호법

서울 강남구에서 소규모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 계약기간 2년으로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을 내고 장사를 해 왔다. 계약 만기일이 석달 정도 남았는데 주인이 월세를 250만원으로 올려주든지 아니면 나가라고 통보해 왔다. 박씨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줄 알았으나 그녀의 환산보증금은 2억 6000만원으로 범위를 벗어난다. 환산보증금은 월세에 100을 곱한 금액에 보증금을 더한 금액이다. 서울시는 2억 4000만원, 서울시를 제외한 과밀억제권역은 1억 9000만원, 광역시는 1억 5000만원, 그 외 지역은 1억 4000만원까지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환산보증금 액수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2002년에 정해진 금액으로 그동안의 부동산값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서울 강남에서 환산보증금 범위 안에 드는 곳이 얼마나 있겠느냐.”면서 “요즘 장사도 안돼 손해를 감수하고 계속 장사를 할지, 한번에 큰 손해를 입고 장사를 접을지 선택만 남았다.”고 한탄했다.

몇달 사이로 법보호 못받아

2002년 가을 보증금 7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으로 서울 변두리 지역에서 호프집 계약을 한 허모씨. 주인은 얼마전 보증금으로 3000만원을 더 요구했다.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2000만원이 들어 여유가 없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해도 보증금 인상폭이 너무 큰데다 사정을 설명했지만 ‘싫으면 나가라.’는 답만 들었다. 허씨가 계약을 맺은 시점은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몇달 전이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는 “몇달 기다려 계약을 하거나 아니면 중간에 월세를 조금 올리더라도 재계약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고 털어 놨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연 15%까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90만원으로 1년간 사무실을 임차한 전모씨.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건물주인은 보증금을 5000만원으로 낮추고 5000만원에 대해 월세를 3부(연 36%)로 하자고 제안해 왔다. 전씨는 월세가 너무 높아 법률구조공단에 상담을 신청했다.

전씨는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경우다.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보증금의 연 15%까지만 월세로 주면 된다. 전씨는 주인에게 90만원에 62만 5000원을 더한 금액만 주면 된다.

권리금은 사실상 ‘폭탄 돌리기’

서울 신림동에서 7년째 약국을 하는 최모씨. 주인이 상가 전체를 리모델링하겠다며 계약이 끝나는 대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허씨는 약국에 들어간 시설비와 고객에게 들인 무형의 노력 등을 일시에 잃게 됐다. 그는 “내가 약국하는 사람에게 넘겼다면 받을 수 있던 권리금 3000만원 정도를 날리게 됐다.”며 속상해했다.

권리금은 건물주가 아닌 기존 임차인에게 준다. 권리금이 있다는 건 상권이 형성돼 있고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권리금을 지불하기 전 수준이 적당한지, 상가가 헐리거나 업종이 변경될 가능성 등을 미리 알아봐야 한다.

악덕 부동산중개업소도 문제

서울 광화문 오피스텔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5만원을 내고 지난해 6월부터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모씨.6월 재계약을 앞두고 주인이 월세를 80만원으로 올려주든지 아니면 나가라고 통보해 왔다.

거래하던 중개업소에 알아 보니 다른 부동산에서 집주인에게 80만원을 받아 주겠다며 자기와 계약을 맺자는 전화를 했다고 알려 줬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의해 김씨는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했지만 5년 동안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임대료 인상률도 연 12%까지다. 따라서 김씨는 1년간 7만 8000원이 오른 72만 8000원을 내고 오피스텔을 쓴 뒤 이후 매년 12%씩 더 내고 5년을 채우겠다고 주장할 수 있다. 물론 주인과 사이가 틀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 그는 “중개수수료 받겠다고 주인에게 전화한 부동산 중개업소가 더 얄밉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상가 임대대란 예고

11월이면 2002년부터 시행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보호기간 5년이 끝난다. 임차인들은 주인들이 요구하는 오른 금액으로 다시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동당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잘못된 법률 때문에 올해 말 건물주의 계약 해지 남용, 임대료 과다 인상 등이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출처 ;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