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빈 사무실 없어요"
등록일: 2006/11/05
벤처기업 N사에 다니는 김 모 이사(45)는 한 달째 새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깊은 시름에 빠졌다.
현재 입주해 있는 서울 테헤란로 빌딩주가 임대료를 10%나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놔 일단 이주를 결정한 상태다.
처음에는 1~2년 전 상황을 생각하고 새 사무실을 쉽게 구할 줄 알았다.
하지만 강남권 인근에 빈 사무실 찾기가 쉽지 않고 값도 크게 올라 적잖이 당황했다.
김 이사는 "빌딩주가 너무한다 싶어 인근에 알아봤더니 빈 사무실이 없더라"며 "아파트 전세난에 이어 빌딩시장에도 사무실난이 온 게 아닌가 싶다"고 염려했다.
◆ 강남권 공실률 1%대까지 떨어져 = 지난달 사무실 부족과 가격 급등을 이기지 못해 구로 디지털단지로 이전한 P사 이 모 팀장(39)은 "작년만 해도 강남권 사무실 임대 상황이 넉넉했는데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며 "직원들 불만이 많았지만 결국 적당한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구로로 이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투자자문업체인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3분기 말 현재 1.7%까지 떨어졌다.
작년 3~4분기 3% 선까지 육박했던 빈 사무실이 올 들어 빠른 속도로 소진된 것이다.
서울 전체 공실률도 1년 새 1%포인트가량 하락해 2.7%를 기록했다.
홍순만 신영에셋 부장은 "강남의 경우 마찰공실률(사무실 이전으로 순간 발생하는 공실률) 1.5%를 빼면 거의 공실이 없는 '완전 임대'상태"라며 "이에 따라 가격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오피스빌딩의 평당 보증금은 작년 이맘 때 평균 50만원대 중반에서 현재 60만원 선을 넘어섰고, 평당 월세 역시 5만원 중반에서 6만원 선 위로 올라섰다는 설명이다.
◆ 오피스빌딩 공급부족 심각 = 사무실 부족의 주원인은 신규 빌딩 건설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지난 90년대 서울 오피스빌딩 연평균 공급량은 연면적 기준 50만평에 육박했다.
하지만 2001년 이후 작년까지는 연평균 35만평 수준에 그쳤다.
연간 신규 빌딩 건설이 30%나 급감한 것이다.
이에 반해 사무실 수요는 증가 일로에 있다.
경제 성장과 함께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사무실 공간이 늘어난 데다 1인당 사무실 면적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 부장은 "조사 결과 90년대 1인당 사무실 면적은 3.2평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3.8평으로 확대됐다"며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4.5평 수준이기 때문에 국내도 추가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임대료 인상률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90년대 임대료 상승률은 연평균 2% 수준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2.7~3%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 "일할 맛 나게 사무실난 해소돼야" = 기업 실무자들은 사무실난이 커다란 짐으로 작용한다고 걱정이다.
증권컨설팅업체인 로코모티브 이태성 사장(36)은 "강남뿐 아니라 여의도지역도 사무실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값도 크게 올랐다"며 "경기가 풀리지 않아 영업하기도 어려운데 사무실 구하는 데 크게 신경을 써야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오피스빌딩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반가운 전망도 있다.
김회진 교보리얼코 팀장은 "내년부터 2010년께까지 순차적으로 서초동 삼성타운(11만7000평), 상암DMC(35만평), 여의도(34만평) 등에 신규 빌딩이 들어선다"며 "이에 따라 사무실난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수도권에 있는 판교 디지털밸리에 60만평, 인천 송도신도시에도 10만평가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실제 공사를 진행중인 곳은 서초동 삼성타운과 상암DMC 등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지역도 하루속히 건설 계획을 확정하고 착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시장이 안정감을 찾을 수 있고 기업 실무자들도 일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재현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료원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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