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뻥튀기 광고’ 요주의
수법 날로 교묘해져…피해사례 늘어 조심해야
최근 어수선한 정국 등을 틈타 싼값에 사들인 땅을 비싸게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를 요한다. 기획부동산업체들은 대부분 개발이 거의 불가능한 땅인데도 사면 투자원금의 1∼2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해 문제가 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울 강남 논현동, 신사동 등에 사무실을 새로 차린 기획부동산 업체만 30∼40개에 달한다.
토지 컨설팅업체 드림컨츄리 한기봉 사장은 “정부의 단속과 토지시장 침체로 한동안 잠잠했던 기획부동산이 다시 늘고 있다”며 “조직적 면모를 갖추고 사설 펀드자금을 모으는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게 요즘 업체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변신 위한 기획부동산 몸부림 치열
논현동에 위치한 기획부동산 업체인 N업체는 요즘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임야 6000여평에 대한 공동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허가제 도입으로 분할이 어렵자 땅을 쪼개 파는 대신 1∼2년 뒤 되팔아 수익을 올려주는 조건이다.
이 업체의 유모 이사는 “요즘 기획부동산들은 예전처럼 전화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땅을 쪼개 팔진 않는다”며 “확실한 물건만 골라 뒷마무리까지 책임져 주는 등 변신을 위한 업체들의 몸부림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신천동에 사무실이 있는 금강개발은 최근 금융업계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하고 사설 펀드자금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 업체는 ’유사수신행위‘ 로 판명나면 처벌을 받을 수 있어 터무니없는 고수익을 약정하는 대신 땅에 지분등기를 설정해 준다.
금강개발의 이모 사장은 “부동산펀드는 소액으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땅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몇 백만원의 돈을 불리려는 소액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다”고 주장했다.
Y 업체는 지난해 11월부터 포곡면 금어리 일대 27만평에 신도시 개발을 추진한다며 각 일간지에 조합원 모집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금어리에 토지를 소유한 29명의 토지주들이 조합에 가입해 있다”며 “조합원 구성이 끝난 후 절차를 밟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용인시에서는 “금어리 신도시개발과 관련해서 어떠한 내용도 협의하거나 들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토지 전문가는 “고수익을 약속하며 지분을 900평씩 평당 11만원에 쪼개 파는 방식인 만큼 기획부동산의 범주에 속한다”며 “요즘 업체들의 수법이 날로 교묘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쪼개팔기‘는 여전해 주의해야
이처럼 일부 기획부동산 업체들의 변신을 위한 몸부림은 치열하지만 본업인 쪼개팔기는 여전한 편이다.
H 영농조합은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일대 임야 15만평에 대해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 업체는 주변에 영어마을, 대규모 IT산업단지 등이 들어서 100평에 4300만원을 투자하면 2~3년 내 1차로 1억2000만원까지 값이 오르고, 5~6년이면 최소 3억6천만원까지 땅값이 오른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기획부동산이 분양 당시 약속을 지키지 않자 투자자들이 대거 분양계약을 해약한 경우도 있다. H영농조합 명의의 ‘철원 토지 분양’의 경우 계약자 297명(9억7000만원)은 당초 개별등기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속았다며 계약을 모두 해약하고 분양대금 반환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가 이미 분양대금의 대부분을 분양직원 수수료 명목으로 써버린 뒤라 계약자들이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역시 H영림법인이 지난해 분양한 충남 보령시 임야는 언제 나무를 베어내고 개발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이다.
이처럼 기획부동산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속출하자 정부에서는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2월 기획부동산의 불법적인 토지 판매 행위에 대해서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부동산개발업의 관리·육성에 관한 법률’ 이 임시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라며 “이 법이 시행에 들어가는 대로 대대적인 조사,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미 지자체별로 조사를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양평경찰서는 최근 서종면 수능리 일대 임야 14만평을 평당 8만8000원이 분양한다는 광고를 낸 D업체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토지전문업체 다산서비스 이종창 대표는 “그동안 ‘땅 쪼개팔기’로 재미를 봤던 기획부동산들이 정부 단속을 피해 변형적인 방식을 쓰고 있다”면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뉴스&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포 트라이엄프메딕스, 평당 8천만원 '최고' (0) | 2007.01.09 |
---|---|
의왕 포일지역에 첨단지식산업단지 조성 (0) | 2007.01.08 |
부자들 10억 이상 고가 아파트 외면…이유는? (0) | 2007.01.05 |
재경차관 "부동산 버블 광범위하지 않다" (0) | 2007.01.05 |
국토통합정보시스템 만든다 (0) | 2007.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