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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시티가 부활 시초 될까

위버루체 오피스텔 분양 2007. 5. 25. 17:31

굿모닝시티가 부활 시초 될까
 
 

장면 1. 지난 5월 8일 오후 동대문운동장역 14번 출구 굿모닝시티 분양사무실 앞. 분 양 상담을 받기 위해 투자자들이 우후죽순 몰려 있다.


노년층부터 젊은 주부까지 고객층 도 다양하다.

 

한때 사기 분양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임순영 굿모닝시티 분양사업본부 실장은 “요즘 동대문 경기가 죽었다는 얘기가 많지만 신규 분 양시장은 상황이 다르다”며 “법원에서 법정관리를 하고 있는 데다 토지와 건물을 함께 등기 분양해 계약자들이 쇼핑몰 관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믿고 분양 을 하는 것 같다”고 귀띔한다.

 

장면 2. 두타와 함께 동대문 쇼핑몰 상권의 ‘양대산맥’을 형성했던 밀리오레. 1층 입 구에는 젊은층 유동 인구가 많았지만 위층으로 갈수록 썰렁함이 엿보인다.

 

6층 잡화·가 방 판매 구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 근처임에도 빈 점포들이 쉽게 눈에 띈다.

 

곳곳에 붙어 있는 ‘임대’ 팻말이 동대문 쇼핑몰의 우울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 동대문 상권의 현주소 - 2000년 비해 상가 가격 반 토막 ■

 

  위 두 장면은 서울 상권을 주름잡았던 동대문 쇼핑몰의 대비된 모습이다.

 

동대문 패션타운은 한때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IMF 외환위기 시절 밀리오레, 두타 등 인기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소매상권을 부활시켜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밸리’라는 명 성까지 얻었다.

 

하지만 뚜렷한 차별화 전략 없이 대형 쇼핑몰들이 우후죽순 나타나면서 공실률이 증가하 고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시장에는 매물이 넘쳐나 고 있다.

 

고층 변두리 점포는 물론이고 주요 쇼핑몰들의 1층 에스컬레이터 옆자리 로열 점포도 매물로 많이 나왔다.

 

가격도 꽤 떨어졌다.

 

현재 밀리오레나 헬로APM의 A급 자리 매매가는 4억원 선. 보증금 3000만~4000만원에 월세 250만~260만원 선으로 경기가 좋았던 2000년대 초반보다 많게는 절반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밀리오레, 두타, 헬로APM 등은 동대문 쇼핑몰의 원조격으로 아직까지 공실률은 낮지만 인근 대다수 쇼핑몰들은 공실률이 많게는 70~80%에 이를 정도 다.

 

하지만 거래는 거의 없는 상태다.

 

제일평화상가 주변 신한공인 이윤정 실장은 “동대문 쇼핑몰마다 매출이 많이 줄었지만 동대문운동장 개발 기대 때문에 버티기에 들어간 상인들이 많다”며 “아직까지 투자 문 의가 많고 매물은 나오지 않아 거래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기존 쇼핑몰 점주들, 신규 상가로 이동 중

 

이렇게 팔리지 않는 점포들은 대부분 경매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올해만 밀리오레, 헬로APM 등의 쇼핑몰에서 이미 100여개의 점포가 경매시장에 등장했을 정도다.

 

누죤 쇼핑몰 매물들의 경우 몇 차례 유찰만 반복하고 있을 뿐 낙찰자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신규분양 쇼핑몰은 사정이 다르다.

 

굿모닝시티의 경우 몇 년 전 사기 분양의 아픔을 겪었지만 동대문운동장역 바로 인근이 라는 최적의 위치 덕분에 요즘 분양이 활기를 맞고 있다.

 

올 4월 초부터 분양을 시작했 는데 현재 90% 이상 분양이 완료됐다.

 

지상 3~4층 정도만 몇몇 매물이 남아 있는 상태다 . 분양가도 8800만~1억6500만원 선으로 저렴한 편. 이 때문에 기존 쇼핑몰 점주들도 점 포를 팔고 아예 신규 쇼핑몰로 이동하는 경우도 흔하다.

 

임순영 실장은 “다른 쇼핑몰보다 지하철에서 가까운 점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며 “13~16층 오피스는 분양을 시작하자마자 다 나갔고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는 지하 2층 상가 역시 인기가 좋은 편으로 전체 65% 이상 계약이 완료됐다”고 설명한다.

 

■ 동대문 상권의 문제점 - 공급 과잉 지속 ■

 

  동대문 패션타운은 기존 도매 상권과 함께 밀리오레, 두타 등 소매상권이 인기를 끌면서 성장해왔다.

하지만 차별화되지 않은 비슷한 대형 쇼핑몰들이 한꺼번에 들어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공실률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획일적인 보세의류 판매만 고집하면서 고객들의 관심에 서 멀어지고 있는 것.

 

동대문 상권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급 과잉이다.

 

동대문에 오픈된 대형 쇼핑몰은 총 13곳 으로 점포 수는 1만1000여개 수준. 여기에 신규 오픈 예정인 대형 쇼핑몰 점포 수만도 8000여개에 이를 전망이다.

 

영업 활동을 하거나 개점을 준비 중인 쇼핑몰과 평화시장 등 기존상권 점포 수까지 모두 포함하면 3만2000여개를 넘는다.

 

이 중 20%를 넘는 점포가 공실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 고 있다.

 

두타 등 몇몇 쇼핑몰만이 투자를 늘리면서 입지를 유지하고 있을 뿐 대부분 쇼핑몰들은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자연스럽게 상인들의 출혈경쟁과 수익성 악화 로 이어지고 있다.

 

골이 너무 깊다보니 청계천 개발도 특별한 호재가 되지 못했다.

 

온라 인 쇼핑몰이 인기를 끌고 대형 할인점의 공세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사면초가’ 위기에 처했다.

 

주고객이었던 외국인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동대문 외국인 구매 안내소에 따르면 올 3월까지의 외국인 구매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6.6% 줄어들었다.

 

특히 외국인 중 다수를 차지했던 중국인들 구매건수 역시 50% 가까이 급감했다.

 

결국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면서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는 마케팅 전략도 전 무한 상황이다.

 

■ 동대문 상권 부활하려면 - 쇼핑몰별 차별화 필요 ■

 

  동대문 상권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판매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대문 상권은 여전히 ‘카피’ 문화가 주류다.

 

이 때문에 중국이나 베트남 시장에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도매시장 기능 대신 소규모 도매를 포함한 거대 소매장을 형성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부 문에서도 취약하다.

 

동대문 주변은 교통 여건이 좋지 않고 포장마차들과 간이점포들이 많이 몰려 있어 한적하게 쇼핑을 즐기기 어렵다.

 

결국 판매시설 위주의 쇼핑몰을 탈피해 쇼핑몰별 기능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영상 상가114 소장은 “백화점이나 할인점 매출이 신장하는 것은 점포별 운영보다는 마케팅의 단일화 덕분인 경우가 많다”며 “현대아이파크몰처럼 전문 유통업체가 상가를 운영하는 등 운영 주체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유 소장은 “이미 청계천 복원공사로 인한 외부 유입 인구층이 증가하고 있고 접근성도 좋아졌기 때문에 모노레일 형태의 관광코스 개발로 소비자를 직접 끌어들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 였다.

 

실제 이런 움직임은 가시화되고 있다.

 

차별화된 콘셉트를 갖춘 쇼핑몰들이 서서히 들어 서는 중이다.

 

올해 6월 패션 쇼핑몰로 오픈할 예정이었던 패션TV는 현대아이파크백화점과의 협업을 통 해 백화점 전환을 추진 중이다.

 

패션TV가 백화점으로 리뉴얼할 경우 동대문 상권에 처음 으로 브랜드몰이 생기게 된다.

 

지난해 오픈했던 라모도는 패션 아웃렛몰로 재오픈했다.

 

신세계 출신 전문 인력을 대거 영입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도매 쇼핑몰 나인플러스 역시 ‘폴로나이즈’ 등 브랜드 의류점을 입주시키면서 브랜드 패션몰로 변신하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동대문운동장 개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곳을 녹지공원 과 디자인 클러스터 산업 단지로 바꾸고 외국인의 관광코스로 개발하면 적어도 ‘패션 사업 부활’은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상가 재건축으로 추가 쇼핑몰 진입을 막아야 한다 는 의견도 있다.

 

【 동대문 상권의 5년 뒤 위상 】

 

◇ 한·미 FTA로 섬유수출만 늘어난다면…◇

 

서울 동대문 상권의 미래는 과연 장밋빛일까. 지금도 굳건한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명동 , 신촌 등과 비교했을 때 취약한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명동, 신촌 등의 상권이 갖 추고 있는 위락 시설이 동대문 상권에서는 조성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동대문 운동장 공원 조성사업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외국인 관광코스 등이 조 성되면서 상권 자체가 크게 성장한다면 제 모습을 되찾을 가능성도 높다.

 

장기적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의 FTA가 체결된 멕시코는 섬유분야 대미 수출이 2.6배, 캐나다는 4.5배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FTA 타결로 섬유 산업이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혀 대미 수출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미현 연구원은 “그동안 동대문 쇼핑몰은 각 점포보다는 건물 자체 경쟁력이 중요해 상가 주체의 운영 노하우에 주로 의존해왔다”며 “섬유 산업 개방 후 동대문 상권이 성장하려면 개별 점포들의 경쟁력부터 높여야 할 것 ”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되면 5년 뒤 동대문 상권이 외국에서 주목받는 패션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 다.

 

유영상 소장은 “패션이나 잡화 등 경쟁에서 처지는 업종을 과감히 바꾸고 젊은 소 비자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명동이나 신촌 등으로 흩어진 수요층을 불러 모으고 외국인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패션시장으로 도 약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새로운 모습의 상가 탄생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동대문시장은 광장시장의 1세대형 상가 를 시작으로 100여년간 4세대에 거쳐 진화해왔다.

 

동대문 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가 발 간한 ‘동대문백서’에 의하면 동대문시장은 1905년 처음 변혁을 겪은 뒤 현재까지 4세 대로 변화했다.

 

1세대 광장시장에서 2세대 평화시장, 3세대 아트프라자를 거쳐 98년 밀 리오레가 가장 진보된 4세대 모델을 제시하면서 현재의 동대문 패션시장을 형성했다.

 

특 히 밀리오레 등장 이후 99년 두산타워, 2002년 헬로APM 등이 4세대 대표주자 대열에 동 참하면서 전국적으로 100여개에 달하는 4세대형 쇼핑몰을 탄생시켰다.

 

결국 몇 년 뒤 5세대형 상가 등장이 가시화되는 ‘과도기적 시기’가 올 수 있다.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