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소나기 공급에 오피스텔 시세∙수익률 '곤두박질'…"2~3년 후 폭탄 터질수도"

위버루체 오피스텔 분양 2017. 7. 28. 10:46


오피스텔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이유로 청약할 때마다 최고 수백대1의 ‘청약 광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입주 후엔 수익을 내기는커녕 월세를 낮춰 세입자를 들이는 데 급급해 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공급이 한 해에 수천실씩 쏟아지는 서울 마곡지구와 문정지구 등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 마곡·문정 “대출이자도 버거워”

28일 강서구 마곡지구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마곡나루역 보타닉 푸르지오시티 전용면적 22㎡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50만원 수준에 월세 물건이 나와 있다.

2014년 분양 당시 예상 수익으로 거론됐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80만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가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대치보다 실제 수익이 적다 보니 투자자들의 실망도 크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한 오피스텔에 입주를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김수현 기자

지하철 5호선 발산역부터 9호선 양천향교역 사이에는 오피스텔이 줄줄이 들어서 있는데, 전용면적 18~19㎡짜리 원룸(2015년 준공 기준)의 경우 보증금 500만원에 월 임대료는 45만원 전후다. 올해 들어 월 임대료가 5만원 정도 내렸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작년 가을부터 대단지 오피스텔이 한꺼번에 입주를 시작하면서 주변 월세가 하락했다”며 “대출을 끼고 분양받은 투자자들은 대출이자를 내기에도 빠듯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마곡지구(마곡동)에 5427실이 입주한 데 이어 올해도 4149실이 입주한다. 2년간 1만실 가까이 쏟아지는 것. 이 때문에 이 지역 오피스텔 연 수익률은 올해 6월 기준 3.91%로 업계에서 보는 오피스텔 최저 수익률인 4% 중반을 한참 밑돈다.

올해까지 총 8000여실이 입주하고 내년에도 2000실이 추가로 들어서는 송파구 문정지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13년 준공된 송파한화오벨리스크와 송파푸르지오시티 전용면적 24~28㎡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70만~75만원 정도로, 2년 전보다 월세가 5만~10만원 정도 떨어졌다.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 일대 오피스텔 밀집지. /이상빈 기자

올해 상반기 이 지역 핵심시설인 법조타운 조성이 마무리된 까닭에 오피스텔 매매가는 분양가 수준을 회복했거나 그 이상이지만 임대료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문정동 오피스텔 수익률은 4.39%로, 지난해 말(4.46%)보다 떨어졌다.

문정지구 M공인 관계자는 “오피스텔 매매가는 올랐는데 임대료는 되레 더 낮아지니 새로 진입한 투자자들일수록 투자수익이 더 적을 수밖에 없다”면서 “임대수익보장제를 내건 일부 오피스텔 덕에 그나마 이 정도지, 이마저도 조만간 끝나면 앞으로 시세가 더 낮아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 5% 선 흔들리는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

문제는 이런 현상이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전국에서 5만394실의 오피스텔이 지어지는 데 이어 내년에는 무려 6만9678실이 입주할 예정이다. 물량이 계속 쏟아지면서 수익률은 줄곧 하락세다. 올해 6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평균 수익률은 4.89%로 이미 5%대 벽이 깨졌고, 전국 평균 수익률(5.22%)도 5% 선을 지키기 위태로운 수준이다.

오피스텔 임대수익률(단위:%). /자료=부동산114

그렇다고 오피스텔 매매가가 시세차익을 기대할 만큼 크게 오르는 것도 아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매매 평균가는 지난해 2월부터 17개월 연속 줄곧 2억2000만원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수익률이 계속 하락세인 데다 소형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 원룸주택 등 대체상품 또한 적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앞으로 오피스텔 공급량을 조절하지 않으면 2~3년 후엔 상당수 지역에서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공급이 과잉 상태”라면서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시세가 떨어지는 주거상품이라는 점을 청약할 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almon@chosunbiz.com]

[이상빈 기자 seetheunsee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