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테마 없는 테마쇼핑몰

위버루체 오피스텔 분양 2006. 10. 25. 10:53

테마 없는 테마쇼핑몰
임대 활성화 안돼 복합상가로 변신
 

    
올 여름 서울 동대문에서 문을 연 R쇼핑몰은 최근 다시 셔트를 내렸다. 패션을 테마(주제)로 영업을 시작했으나 점포 임대가 잘 안돼 급기야 일시적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이 쇼핑몰 투자회사 관계자는 “일대에 빽빽한 패션테마 쇼핑몰로 임차상인 구하기가 어려워 용도를 바꿔 다시 문을 열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온 테마상가가 요즘 위기를 맞았다. 테마상가는 한 개의 업종을 중심으로 쇼핑몰을 대규모로 꾸미는 것을 말한다.

 

동대문의 패션쇼핑몰이 가장 먼저 나온 이후 2000년대 들어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자제품, 어린이, 애견, 한약 및 약재 등을 테마로 한 쇼핑몰이 잇따랐으나 활성화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테마쇼핑몰은 내부를 뜯어고치고 업종을 보완해 ‘멀티 복합상가’로 방향을 틀기도 한다.

 

밀리는 테마쇼핑몰

 

테마상가 가운데는 패션과 의류를 내세운 상가들이 가장 많은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 영등포역 앞에 의류전문 상가로 지난해 문을 연 L쇼핑몰은 전체 8층 중 지하1층과 1,2층만 문을 열고 3층부터는 에스컬레이터 운행이 중지됐다. 임점하는 상인이 없는 데다 구매고객도 뜸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명품 전문을 내걸고 지난해 문을 연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H상가도 일부 층을 제외하고는 입점상태가 시원치않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B쇼핑몰은 상층부의 영화관과 병원 정도만 운영될 뿐 이 상가의 중심을 이루는 패션몰은 빈 점포가 많다.
 
 2004년 여름 문을 연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약령상가(한솔동의보감)는 심각한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근 재래시장의 약재상인들을 끌어들일 계획이 빗나간 것이다. 잡화 중심인 1층과 건강테마의 2층과 6층 정도만 운영되고 있을 뿐 3,4층은 입점한 점포가 1~2개에 불과하다.

 

애견이나 어린이 등 특수업종을 테마로 한 상가는 수요층 확보에 어려움이 더 많다. 지난 2004년 7월 국내 첫 건강테마 쇼핑몰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 제기동 H상가는 심각한 공실률로 몸살을 앓는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약재 재래시장에 현재 1000여개 한방관련 점포들이 있는데 약재를 쌓아두려면 큰 매장을 필요로 하고, 특히 단골 중심의 장사여서 쇼핑몰 입점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지난해 개점했던 O쇼핑몰은 어린이 의류와 용품(장난감 등)을 테마로 정했다. 그러나 워낙 영업이 안돼 올 상반기 결국 문을 닫았다.

 

2000년대초부터 애완동물 전문상가가 잇따랐지만 현재 한 군데도 제대로 운영하는 곳이 없다. 지난 2002년부터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애견전문상가로 추진했던 W쇼핑몰은 현재 사업이 중단됐으며, 역시 애완전문상가로 출범한 분당 Z시티도 목적대로 문을 열지 못했다.

 

수요는 줄고 온라인 쇼핑에 밀리고

 

테마상가의 원조격인 패션테마는 구매패턴의 변화로 급속도로 침체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에 고객을 뺏기면서 동대문 두타나 밀리오레 등 초창기 쇼핑몰만 활성화됐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수석연구원은 “눈길을 끄는 테마로 시너지효과를 노린 상가가 잇따랐으나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는 급속히 바뀌고 있다”며 “중저가는 온라인 쇼핑몰과 할인점을 선호하고 고급고객은 백화점에 뺏겨 ‘낀 상가’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애견·키즈(어린이)·가전 등을 주제로 내건 테마상가의 경우 수요창출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는다. 부동산개발업체인 더브릭스 김상태 사장은 “상가규모는 큰 데 수요층이 적기 때문에 임차인을 끌어들여 상권을 활성화하기 어렵다”며 “특히 이런 테마의 경우 기존상인들이 재래전문상가에서 잘 빠져나오지 않으려 한다”고 풀이했다.

 

대규모 상업시설에 투자를 많이하는 와코비아의 원영근 이사는 “지금의 테마상가는 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애매하다”며 “상가의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도 있지만 나날이 바뀌는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를 따라잡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테마에서 멀티(복합)로?

 

이 때문에 쇼핑몰의 시설과 업종을 보완해 ‘신장개업’에 나서기도 한다. 용산에서 지난해 초 문을 열었던 전자제품 전문 테마상가 스페이스나인은 빈 점포에 따른 영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운영방향을 바꿨다.

 

올 8월 아이파트 백화점을 연 데 이어 기존 전자점포 3만3000평을 쪼개 아이파크 리빙몰(생활용품점)과 아이파크 레포츠몰을 올 연말까지 마련한다. 아이파크몰 김영민 팀장은 “상가로는 한계가 있어 복합쇼핑몰로 바꾸고 있다”며 “백화점을 개점한 이후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신도시 W쇼핑몰도 패션테마에서 백화점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으며 분당에서 애견전문 상가를 계획했던 Z쇼핑몰은 외국계 업체가 사들여 오피스텔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저작권자: 중앙일보 조인스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