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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폭락으로 상가 뜨고 아파트시장은 침체될듯

위버루체 오피스텔 분양 2008. 1. 28. 11:25

증시 폭락으로 상가 뜨고 아파트시장은 침체될듯
"증시 탈출자금 부동산으로 이동" 70%
자산가 지하철9호선ㆍ대운하주변 관심

◆부동산시장 어디로…전문가 긴급진단◆

#사례1. 50대 사업가 K씨. 얼마 전 15억원 규모 펀드를 눈 딱 감고 해지해 버렸다. 최근 한두 달 새 10% 정도 손실을 봤지만 이미 지난해 50% 가까운 수익을 올려놓은 상태라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그는 환매한 돈과 여유자금, 대출을 더해 서울 강남 상가를 40억원에 매입했다. K씨는 "주식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해 당분간은 안전자산인 부동산에 자금을 묻어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례2. 올봄 이사를 계획했던 30대 직장인 J씨는 속이 탄다. 아파트 매입에 보태려고 1년 넘게 굴려 오던 펀드에서 며칠 새 1000만원이 넘는 돈이 증발해 버렸기 때문이다. J씨는 "DTI 규제 때문에 대출을 많이 못 받아 펀드로 돈을 좀 불려볼 요량이었는데 마이너스를 기록하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손실액이 아까워서 환매도 못하고 있고, 이사도 미뤄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가 폭락으로 고액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빠져나와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중산층ㆍ서민들의 유동성 위기로 부동산 거래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최근 주식시장 폭락 여파는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증시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국내 부동산시장도 이에 따른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경제신문은 23일 국내 부동산 전문가, 은행 PB, 주요 건설사 주택담당 임원, 증권사 관계자 24명을 대상으로 최근 패닉 상태에 빠진 증시가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을 긴급 설문조사했다.

답변자들의 약 70%인 17명은 "증시 침체가 장기화되면 부동산시장이 어느 정도 혹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떤 형태로 부동산시장에 파장이 미칠지(복수응답)에 대한 질문에는 22명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증시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답했다. 13명은 "중산층과 서민 상당수가 증시에 돈이 묶이면서 주택거래나 분양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자는 5명이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20억~30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들 절반 정도는 연말연초에 이미 주식시장에서 발을 뺐다"며 "이들 상당수는 서울 강남이나 지하철 9호선 역세권 상가, 대운하 예정지 주변 토지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고 팀장은 "부자들 사이에서는 `역시 부동산`이라는 인식이 다시 강하게 퍼지고 있다"며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맞물리면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은 주식시장 침체와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안정적 수익과 가격 상승이 담보된 부동산 상품으로 몰릴 것"이라며 "반면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가격상승 여력이 크지 않은 상품은 거래가 크게 침체돼 부동산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유신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은 "3개월 이상 주가 하락기가 지속된다면 유동성이 줄면서 신용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단기적 주가 폭락은 심리적인 타격은 주겠지만 자금이 이동하는 데 결정적 역할은 못 한다"고 말했다.

김기형 메리츠증권 상무는 "주식시장 등락에 따라 일부 자금이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자산으로 갈 수 있지만 이번 폭락 사태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시침체로 가장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상품(복수응답 가능)으로는 9명이 상가, 7명이 재건축ㆍ재개발을 꼽았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센터 부동산팀장은 "임대수익률은 5%대로 낮지만 지난해 이미 시세차익이 적지 않았던 상가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신 부사장은 "3개월 이상 주가 하락이 계속된다는 전제하에서 실수요자가 주로 관심을 갖는 일반아파트가 먼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여윳돈으로 투자를 해두는 재개발ㆍ재건축은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폭락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부동산은 일반아파트ㆍ주택(5명) 분양아파트(5명) 토지(4명) 해외부동산(4명) 등이 꼽혔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서민들이 손해 본 펀드를 환매하지 못하면서 기존 주택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분양 중도금용으로 가지고 있던 여윳돈을 펀드에 투자했다 묶여버린 사람들이 상당하다"며 "분양시장도 침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종회 기자 / 이호승 기자 / 박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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