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식

가계약은 효력이 없나요?

위버루체 오피스텔 분양 2008. 5. 6. 17:18

가계약은 효력이 없나요?
전긍호의 부동산 이야기


(사례) 정년을 맞은 A씨는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건물을 한 채 구입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늘 기회가 되면 장래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하여 임대료로 수익을 얻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마침 지인의 조언을 얻어 목이 좋은 곳에 위치한 상가건물을 하나 알게 된 A씨는 건물주인 B씨와 만나 거래를 조율하기 시작

하였습니다.

 

거래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아주 세부적인 사항까지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매매대금과 중도금 지급방법 등 굵직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가계약서를 작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A씨는 약정한대로 계약금을 지급하였고 얼마 뒤 중도금지급의 일환으로 A씨가 타인에게 지급받을 채권을 B씨에게 양도해 주

었습니다.

 

이렇게 잘 진행되는 듯싶었던 거래가 B씨의 갑작스런 해제통지로 인해 뜻밖의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B씨가 매매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돌려야겠다는 의사를 A씨에게 전해온 것입니다.

 

B씨는 가계약서만이 작성된 상황에서 완전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러니 굳이 해제의 표시 없이도 매매를

없었던 것으로 돌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며 나름 그럴듯한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또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본다하더라도 채권을 양도 받은 것만으로는 아직 현실적으로 중도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볼 수

없으니 해약금해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경우 과연 B씨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흔히 정식계약과 구별하여 가계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가계약만으로는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그러나 그 명칭이 ‘가계약‘인지 ’계약‘인지는 사실 구별할 실익이 없어 보입니다. 계약은 계약서의 작성 없이 의사의 합치만으

로도 성립하는 것이며 그러한 형식보다는 오히려 계약내용이 어디까지 협의되었는지가 성립여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기 때

문이지요.

 

판례역시 (사례)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습니다.

 

“매매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금원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다.

 

이처럼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

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그러니 비록 이 사건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그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 가계

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원·

피고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은 성립되었다고 판단된다.

 

또한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하여야

할 것인바 여기에서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중도금의 일부를 지급하려는 목적에서 매수인이 제3자에 대한 채권을 매도인에게 완전히 양도하였다면 이로써 이미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계약금의 배액상환을 원인으로 한 매도인의 해제 의사표시는 매수인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이후

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효력이 없다."(대판 2006.11.24, 2005다39594)

 

즉, 양 당사자 간에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의 중요부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형식이 어떠했는지를 떠나 유효한 매매

계약의 성립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현실적인 중도금지금이 없었다 하더라도 채권을 양도하는 식으로 중도금지급을 위

한 매수인 측의 이행행위가 있었던 경우에는 이미 일방의 이행의 착수행위가 있다고 볼 것입니다.

 

민법 제565조에서 정하는 해약금 해제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B씨의 입장에서는 매매계약의 백지화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고 A씨의 잔금지급일에 맞춰 건물등기를 이전해주지 않는

다면 채무불이행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데일리안]